우주에는 아주 짧지만 순간적으로 강한 전파를 일으키는 '빠른전파폭발(FRB)'이라는 현상이 있다. 1천분의 1초(밀리초)에 불과한 찰나에 반짝하고 사라져 어디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미스터리가 돼왔다.
블랙홀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부터 외계 지적생명체의 대화, 중성별의 충돌 등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추측이 나오지만 어디서 발생하는 것인지조차 파악이 안 돼 원인 규명은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호주 연구팀이 이런 전파폭발이 일어난 위치를 처음으로 특정해 FRB를 둘러싼 비밀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 따르면 이 기구의 키스 배니스터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호주 서부에 설치된 신형 전파망원경 배열인 '호주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 패스파인더(ASKAP)'를 이용해 FRB가 발생한 곳을 확인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실었다.
지난 2007년 FRB가 처음 관측된 이후 지금까지 12년간 포착된 빠른전파폭발은 총 85건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일회성에 그쳤지만 일부는 같은 곳에서 되풀이돼 약 15억 광년 떨어진 곳의 은하가 발원지(FRB 180814/JO422+73)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복되지 않는 일회성 FRB는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배니스터 박사 연구팀은 FRB가 순간적으로 발생하지만 이 전파가 지름 6㎞에 걸쳐 총 36대로 구성된 ASKAP의 접시안테나들에 도달하는 시간은 10억분의 1초의 극히 미세한 차이가 있는 점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FRB 180924'의 발원지를 지구에서 36억 광년 떨어진 우리은하급의 은하 중심에서 외곽으로 1만3천광년 떨어진 곳으로 특정했다.
이는 달에서 지구를 봤을 때 빠른전파폭발이 이뤄진 도시는 물론 어느 구역에서 발생했는지까지 맞출 수 있는 정확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발원지가 된 은하의 세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칠레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의 구경 8m 초거대망원경(VLT)으로 은하 이미지를 확보하고 하와이의 켁 망원경(10m)과 칠레의 제미니 사우스 망원경(8m)으로 거리를 측정했다.
그 결과, FRB가 반복적으로 포착돼 위치가 확인된 은하는 많은 별을 만드는 아주 작은 은하였지만 일회성 FRB 발원지로 지목된 은하는 상대적으로 별을 적게 만드는 대형 은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FRB가 다양한 환경에서 생성될 수 있으며, 일회성 FRB는 반복성 FRB와는 다른 메커니즘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FRB 생성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발원지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FRB에 관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거대한 도약이라고 했다.
국제전파천문학연구센터(ICRAR) 커틴대학 대표로 FRB를 연구해온 전문가인 장 피에르 마카르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폭발은 우주에서 만나는 물질에 의해 굴절될 수 있으며, 이제 발원지를 알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은하 간 공간의 물질을 측정하는데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