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비만 치료제 개발 '코 앞에'?…"뇌 신경세포, 에너지 소모 제어한다"

입력 2019-06-28 19:18
수정 2019-06-30 16:48


체중을 줄이는 효과적인 전략은, 음식을 적게 먹고 몸 안의 칼로리는 많이 태우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하면 가장 이상적이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비만은 국민 보건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으로 간주한 지 오래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비만으로 고통받는 인구가 9천만 명을 넘는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도 확실한 효과를 보장하는 비만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미국 록펠러대와 스탠퍼드대의 공동연구진이 비만 치료의 획기적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일군의 뇌 신경세포(뉴런)를 발견했다.

원래 이들 뉴런은 공복감의 통제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체의 에너지 소모도 함께 제어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록펠러대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HMMI)의 제프리 프리드먼 박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프리드먼 박사는 록펠러대의 '메릴린 M.심프슨' 석좌교수이며, HMMI의 분자유전학 랩(실험실) 책임자로 있다.

27일(현지시간) 온라인( 링크 )에 공개된 연구개요에 따르면 지금까지 비만 치료 연구는 음식물 섭취량을 제어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성공적인 비만 치료제 개발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프리드먼 박사팀은 인체의 에너지 소모 쪽으로 연구 방향을 돌렸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가 에너지를 쓰는 경로 중 가장 중요한 건 체온유지를 위한 발열 작용이다. 인간은 즉각적인 발열이 필요할 때 산화되는 갈색지방조직(brown adipose tissue)도 갖고 있다.

흔히 갈색지방(brown fat)으로 불리는 이 특수 지방세포는 산화할 때 노르아드레날린의 작용으로 급속히 열을 낸다. 동면하는 동물에 이 조직이 현저히 발달한 건 이 때문이다.

원래 과학자들이 주목한 건 온도에 민감한 뇌 시상하부의 뉴런 군(群)이었다. 이들 뉴런이 체내 발열과 에너지 소모에 모두 관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프리드먼 박사팀은, 록펠러대가 자체 개발한 iDISCO라는 입체영상기술을 써서, 높은 온도에 노출된 생쥐의 뉴런 활동을 관찰했다. 이런 조건에서 시상하부의 뉴런 군이 활성화된 건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뇌간의 등 쪽 솔기핵(dorsal raphe nucleus)에서도 일부 세포군의 활동이 뚜렷이 활성화됐다. 놀랍게도 이 뉴런 군은 2년 전 공복감 제어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로 그 세포들이었다.

프린스턴대 연구팀을 이끈 알렉산더 넥토브 박사는 "부분적으로 겹치는 순환 메커니즘을 통해 이들 뉴런이 음식물 섭취와 에너지 소모를 동시에 제어하면서 에너지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런 관찰 결과는, 정교한 생화학적 기술로 생쥐의 뉴런을 온·오프 하는 비교 실험에서 재차 확인됐다.

이들 뉴런을 활성화하자 발열량이 급감해 갈색지방의 온도가 낮아지고, 운동과 대사 활동이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에너지 소모량이 뚝 떨어졌다. 반대로 뉴런을 억제하면 발열량이 증폭하면서 생쥐의 공복감이 줄어들었다.

프리드먼 랩의 스크네베르헤르 파네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뇌간에서 발견된 뉴런들을 억제하면, 음식물 섭취를 억제하면서 동시에 에너지 소모량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에너지의 유입과 배출 측면에서 비만을 공략하는 획기적 치료제 개발의 기대감을 갖고, 이들 뉴런의 수용체 탐색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