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G20 앞두고 강경 선회..."美 보복 견딜 수 있다"

입력 2019-06-24 14:40
수정 2019-06-24 14:54
"10월 1일 이전 무역협상 합의 힘들 것" 비관론 마저 나와


오는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미국을 겨냥해 보호주의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사실상 이번 G20 정상회의 무대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만들면서 미·중 무역 담판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와 재정부, 상무부, 인민은행 고위 인사들은 24일 오전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G20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전에 논의라도 한 듯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말을 쏟아냈다.

장쥔(張軍) 외교부 부장조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가 위험과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면서 시 주석이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과 비공식 회동, 중·러·인도 정상 비공식 회동, 중·아프리카 회의 참석을 통해 다자주의를 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부장조리는 "국제 사회는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의 횡포와 폐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다자주의 지지와 보호주의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현재 정세 아래 G20은 다자주의 수호의 기치를 확실히 들고 국제 질서와 국제 사회의 공평 및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 주석이 G20 기간 북한 핵문제도 논의할 것인지와 방북 평가를 묻는 말에는 "중러 정상이 통화했듯이 오사카에서 회담을 진행할 것이며 현재 양측 실무진이 회담의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공동 관심사 및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언급했다.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도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커져 전 세계 무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국제 사회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한 길잡이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 부부장은 "우리는 이번 회의에서 다자간 무역 체계와 더불어 일방주의 및 보호주의 반대 측면에서 공동 인식을 모으길 기대한다"면서 "G20은 세계 경제 대표로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앞세워야 하며 중국은 각국과 함께 개방 정책을 취해 기업과 투자자의 안정적인 무역 투자 환경을 조성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무역 충돌 방지를 위해 중국이 제시할 방안에 대해선 "G20 무역장관 회의에서 모두 다자 무역체제에 대해 지지 입장을 냈고 중국도 매우 중시했다"면서 "오사카 회의 기간 국제 사회는 다자 무역체계 지지와 일방주의 및 보호주의 반대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미 경제 무역 협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따라 상호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 모두 WTO의 중요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우리의 협의는 WTO 규정에 부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경제의 기초가 튼튼해 미국의 '관세 폭탄'을 이겨낼 수 있으며, 이러한 자신감에 근거해 미·중 무역회담에서 중국이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칭화(淸華)대학 경제학연구소 리다오쿠이 교수는 전날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리 교수는 중국의 강경한 자세를 가능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올해 중국 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리 교수는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3%를 기록해 중국 정부가 연초에 정한 성장률 목표치 6∼6.5%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며,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앞으로 15년 이내에 중국 경제를 이끄는 중산층 수가 현재 4억 명에서 8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탄탄한 수요가 중국 경제의 성장을 유지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리 교수는 "GDP 대비 중국의 무역흑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더는 성장을 위해 수출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합의에 도달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가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협상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미국은 전략적 사고 대신 법률적 용어와 처벌 조항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도 이러한 태도를 고집한다면 협상 분위기를 망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다만 중국도 민족주의적 경제 정책을 삼가고 새로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보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미나에서는 미·중 정상이 G20 회담에서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타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티머시 스트랫퍼드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트럼프-시진핑 회동에서 '우리는 좋은 친구다. 협상팀에게 협상을 계속하라고 지시할 것이다'라는 발언이 나오는 것"이라며 "양국이 10월 1일 이전에 협상을 타결한다면 매우 훌륭한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