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엉터리 금리 예측 ‘빈축’

입력 2019-06-21 16:58
<앵커>

정부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금리가 올라야만 효과가 있는 상품을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 내놨기 때문입니다.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금융위원회 주도로 만들어진 금리 상한형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월 상환액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참담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금리 상한형은 시장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향후 5년간 대출금리 상승폭을 2% 포인트로 제한하는 상품이고, 월 상황액 고정형은 10년간 매달 같은 돈을 갚도록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마련됐는데 출시 후 지난 석 달 간 5대 시중은행에서 팔린 금리 상한형 상품은 6건(4억9천만 원), 월 상환액 고정형은 14건(12억9천만 원) 취급되는데 그쳤습니다.

두 상품 모두 판매가 전무한 은행이 있을 정도로 실적이 초라합니다.

이 같은 흥행참패는 이미 예상된 결과입니다.

두 상품 모두 금리가 올라야 효과가 있는 상품인데,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기준인 코픽스(COFIX) 금리가 최근 줄곧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남희 / 금융소비자원 대표

“금리상한형이라는 상품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을 위한다는 보고용 대책으로 세우다보니까 실패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금융위는 취급 실적이 좋은 은행들에게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판매를 독려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출연료를 감면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이 빨라야 9월에나 이뤄지는데,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들은 정책금융상품 판매 실적을 올리자고 고객에게 더 불리한 상품을 팔수는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빗나간 금리 예측으로 인해 소비자 혼란만 커졌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