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추진 중인 도시정비사업 구역은 3월 말 기준 597곳에 달한다. 정비 구역 대부분은 길고양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길고양이는 살던 지역을 잘 떠나지 않고, 소음이 날 경우 깊숙한 곳으로 숨는 습성이 있어 재건축 현장에서 건물 잔해에 깔리는 사고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유기되는 고양이도 적지 않다. 주인들이 이주하면서 고양이는 버리고 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서울 지역의 길고양이 개체 수는 서울시의 중성화 사업 확대로 2013년 25만마리에서 2015년 20만마리, 2017년에는 13만9천마리까지 줄었다.
대규모 정비 구역에는 보통 100∼200마리가 있는 것으로 동물 보호 활동가들은 추정한다.
이른바 '캣맘'들이 개별적으로 구조 활동에 나서지만, 극히 일부만 목숨을 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길고양이 문제가 끊이지 않자 서울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3월 '동물 공존도시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재건축·재개발 지역 내 동물 보호를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해 공사 시작 전 보호조치를 의무화하고, 시민단체 등과 함께 실태 조사와 현장 구조를 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시공사나 지역 주민들은 보호 조치가 의무화할 경우 정비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길고양이들은 주로 공사 전 철거 과정에서 죽는 경우가 많은데 보호조치로 인해 철거 과정이 길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길고양이 보호조치와 관련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한 달간 민주주의 서울에서 찬반 토론을 진행 중이다.
15일까지 참가자 172명 중 169명(98%)이 보호조치에 찬성했다. 반대 2명, 기타 의견은 1명이었다.
찬성자들은 대부분 생명 존중 차원에서 보호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이디 이**는 "고양이를 안전한 장소로 이주시키고 재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정**는 "캣맘들이 먹이를 줄 수 있는 장소와 고양이들이 있을 곳을 작게라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G**는 "매번 여러 가지 이슈와 기존 캣맘, 건설사 관계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합리적이고 규격화된 규정이 있다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라고 했고, 한**는 "이주할 공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백***는 "고양이 영역 싸움 등으로 인한 고통은 영역 내의 사람들"이라며 "차라리 포획해 안락사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주의 서울 찬반 토론에 5천명 이상이 참여하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답변한다.
김규리 서울시 민주주의 서울 추진반장은 "이번 토론이 재개발 재건축 지역 동물 보호에 대한,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