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한국의 ILO 미비준을 이유로 한국을 상대로 비관세 무역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국장은 이날 ILO 총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 상황에 대해 (EU 측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EU측이 아주 오랫동안 굉장히 많고 종류도 다양한 비관세 제재를 사용해왔다”며 설명했습니다.
그는 경영계가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과 같은 핵심협약 비준시 ‘방어권’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핵심협약은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할 가장 보편적인, 최소한의 권리에 관한 것”이라며 “협상하고 어디 조건을 달고 그럴 문제가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면 노사관계의 균형이 노조 쪽으로 기운다며 방어권 차원에서 대체근로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핵심협약 비준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국장은 “핵심협약을 다루면서 필수불가결한 문제가 아닌 것을 갖고 들어와 논의하는 것은 생산적인 논의를 힘들게 하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핵심적인 것을 놓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해서 저희는 약간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ILO의 시각을 전달했습니다.
이 국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조가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핵심협약 제87, 98호는 노조를 하자는 권리가 아니라 단결할 권리, 조직할 권리이고 단결, 조직의 힘으로 당사자와 협상할 권리”라고 지적하며 ”그렇게 하는 것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대기업 노조에 더 힘을 실어주자는게 아니라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이 다양한 열린 형태의 조직을 만들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법 개정을 동시 추진하는 것과 노동계가 ‘선비준’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ILO 입장에서는 국내 정치적 과정을 통해 판단할 방법론적 문제”라며 “이게 옳다, 저게 옳다 얘기하기는 좀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ILO는 100주년 기념으로 모든 회원국이 최소한 한 개 이상 협약을 비준하자는 게 기본 캠페인”이라며 “(한국도) 가능하면 올해 한두 개라도 빨리 협약을 비준하면 저희로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국장은 정부가 비준을 추진중인 강제노동에 관한 제29호 협약이 보충역 제도와 배치된다는 주장에 대해 “배치되느냐 아니냐 차원보다 좀 더 기술적인 문제로 판단하고 있으며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