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방역을 위한 대북지원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핵심 품목인 진단 장비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이 장비는 지난 5일 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필요한 진단 장비, 키트, 소독약 소독 장비 등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수면 위로 부상했다.
11일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진단 장비는 엄밀히 말하면 '실시간 유전자 증폭기'(Real Time PCR Machine)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외에도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각종 가축전염병을 진단해낸다.
이 장비는 현장에서 수 분 만에 간단히 결과가 나오는 '구제역 간이 키트'와는 달리 제법 크고, 가격도 고가다. 통상 5천만원∼1억원 사이로 알려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이 의심되는 돼지의 피를 뽑고, 유전자만 추출해 바이러스에 특이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전자 서열을 증폭시키는 방법으로 진단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와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시약을 쓴다. 이 시약이 통상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전자 진단 키트'라고 불린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간단한 장비가 아니어서 컴퓨터도 함께 필요하고, DNA를 추출하기 위한 유전자 추출기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비는 돼지가 사육되는 농장이 아닌 실험실에 설치된다. 시료를 가져오면 실험실에서 진단이 이뤄진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진단 장비를 이용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특정 부위가 증폭됐는지 확인하는 구조"라며 "시료를 받아 결과를 보기까지 통상 4시간가량 걸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장비가 유엔의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할 수 있어, 제재 면제를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남북방역협력 추진과 관련해 지난 3일 "미국하고도 실무적으로 의견 교환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하는데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청정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북한에서 돼지 열병이 발생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로의 유입을 막기 위한 차단 방역과 더불어 북한에 돼지 열병 진단 장비 등을 지원하는 좀 더 적극적인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폐사율은 최대 100%에 이른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는 한번 감염되면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며 출혈, 고열이 주 증상이다.
현재까지 백신도, 치료 약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고열과 혈액성 설사 등이 동반되는 심급성·급성형은 발병 후 1~9일 중 폐사하며, 폐사율은 최대 100%에 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