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체투자 ②] 수익만 쫓는 불나방꼴…부실 투자 키운다

입력 2019-06-10 14:49
수정 2019-06-12 10:01
<앵커>

한국경제TV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의 대체투자 실태를 연속해서 보도해 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무분별한 투자로 막대한 자금을 잃을 지경에 처한 금융기관들의 사례를 통해 고수익 투자에 집착하게 된 배경과 향후 자본시장에 미칠 후폭풍을 짚어 봅니다.

방서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위치한 복합시설입니다.

총 42층 규모의 오피스, 호텔, 리테일 등의 시설이 들어서는 대형 프로젝트로, 지난해 7월 부분적으로 준공된 데 이어 올해 3월 호텔까지 문을 열고 영업을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해당 개발 사업에 대출을 해준 외국계 은행이 자금을 빌려간 시행사에 빌려간 돈을 즉시 상환하라는 요구를 하면서부터 불거졌습니다.

공사 대금만 총 1조5,700억원 가량으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펀드를 통해 이 은행으로부터 인수한 대출 채권만 약 9,400억원에 달합니다.

시행사가 이달 말까지 대출 계약서상 약속한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한이익상실(EOD)이 선언되고, 이렇게 되면 선순위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중순위와 후순위 대출 채권 투자자들에겐 이자 자급이 중단됩니다.

나름의 안전장치들을 마련해 놨다고는 하지만 시행사가 EOD 사유를 해소하지 못해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면 이들의 자금 회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언입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선순위 대출에 한정돼 있던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이렇듯 위험을 무릅쓰는 방식으로까지 나아가게 된 것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이후 환헤지에 드는 비용이 늘면서 수익률을 깎아먹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통상 금융기관들이 해외 대체투자에 앞서 환율 변동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현재의 환율로 고정시키기 위한 조치가 바로 '환헤지'인데, 이 과정에서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사실상 예금이자보다도 못한 수익만을 챙기는 셈입니다. 수수료 책정에 필요한 원/달러 스왑레이트를 고려한 환헤지 요율은 최고 1.8%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는 이미 선순위 대출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던 금융회사들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인프라 기업에 1,700억원 가량의 선순위 대출을 해줬던 한 금융사는 최근 높아진 환율로 인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추가 출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수익성을 끌어 올리는데 집중하다보니 단순 대출 제공을 넘어 직접 자금을 들여 아직 준공조차 되지 않은 건물을 거침없이 매입하기도 합니다. 싸게 선점해서 비싸게 팔 목적이라는 건데,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약속된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매각은 커녕 고스란히 손해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인터뷰> IB업계 관계자

"선매입의 장점 중 하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 가격보다 저렴하게 사올 수 있다는 것. 시장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준공이 되지도 않은 자산을 싸게 매입함으로써 향후에 저희가 직접 보유하거나 다른 기관에 셀다운할 때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실제로 이같은 모험 투자를 단행한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재무 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올 1분기 기준 20대 증권사들의 순자본비율(NCR)은 100% 포인트 가까이 급감했고, 절반에 가까운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권고기준도 밑도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