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취 후 30분 안에 피부 괴사, 탈모, 혈구감소증 등 심각한 중독증상을 일으키는 독버섯인 '붉은사슴뿔버섯'에서 새로운 항암물질이 발견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3일 성균관대 약학대학 김기현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인체에 치명적인 독버섯으로 알려진 붉은사슴뿔버섯에서 유방암세포 생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유용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팀이 발견한 붉은사슴뿔버섯의 항암물질 '로리딘 E'는 현재 유방암 치료물질로 알려진 '독소루비신'보다 500배 이상 강력한 항암 효능을 나타냈다.
공동연구를 통해 붉은사슴뿔버섯에서 모두 8가지 천연물질이 분리됐으며, 이 중 5가지 물질로부터 유방암 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가 입증됐다.
공동연구팀은 붉은사슴뿔버섯의 중독증상 원인 독소물질로 알려진 '트리코테신' 유도체 화합물 8종의 명확한 분자 구조를 밝혀냈고, 신물질로 확인된 3종의 화합물을 각각 '마이오파이토센 D'(Miophytocen D), '로리딘 F'(Roridin F), '사트라톡신 I'(Satratoxin I)로 명명했다.
최근 10년간 200여건의 독버섯 중독사고가 난 가운데 중독증상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명확한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었지만, 이번 연구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생약학회에서 출간되는 천연물화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저널 오브 내추럴 프로덕츠'(Journal of Natural Products)의 82권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박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장은 "독을 없애는 데 다른 독을 쓴다는 '이독제독'처럼 독버섯의 독소물질에서 오히려 사람을 살리는 버섯의 효과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