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류의 직립보행은 두 손을 자유롭게 해 도구 사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인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진화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대 인류의 직립보행에 지구 가까이서 이뤄진 초신성(super nova) 폭발이 작용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29일 미국 캔자스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물리·천문학 명예교수인 에이드리언 멜롯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초신성 폭발에 따른 우주선(線)이 지구 대기권으로 쏟아져 인류의 직립보행으로 이어졌다는 연구결과를 '지질학 저널(The Journal of Geology)'에 실었다.
고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의 영향으로 지구의 대기에서 이온화가 진행되면서 음의 전하를 가진 전자가 늘고 이에 따라 번개가 잦아지면서 숲이 불에 타 고대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로 걷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대 인류가 약 800만년 전에 시작돼 260만년 전에 절정에 달한 이 사건 이전에 이미 두 발로 걸을 수는 있었지만 주로 나무를 타며 생활하다가 숲이 불에 타 초원으로 바뀌면서 두 발로 걷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천문학자들은 해저의 철-60 동위원소 층을 토대로 플라이오세에서 빙하기로 전환되는 시기에 지구에서 약 50~100파섹(1파섹=3.26광년·163~326광년) 떨어진 곳에서 초신성 폭발이 이뤄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연구팀은 철-60 동위원소를 측정해 초신성 폭발 우주선의 영향으로 지구 대기에서 원자나 분자가 전자를 잃는 이온화가 어느정도 이뤄졌는지를 분석했으려 그 결과, 하층 대기의 이온화가 50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산출했다.
연구팀은 지구 가까이서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고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지구 대기권을 뚫고 하층 대기의 원자 및 분자에 부딪혀 음전하를 가진 전자를 대량 방출하게 하고, 구름 간 또는 구름과 지구 사이의 전압이 상승하면 전하를 타고 흐르며 번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런 번개로 세계적으로 산불이 급증했을 가능성은 우주선이 많아진 시기의 지질층에서 숯과 검댕 등 탄소가 많이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밝혔다.
멜롯 교수는 "이런 증거가 기후가 다른데도 세계 곳곳에 널려있으며, 아무도 왜 그런지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산불 증가가 많은 곳에서 숲 생활을 접고 사바나로 옮겨가게 했을 것이라는 게 설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람족(hominin) 화석이 발굴되는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Great Rift Valley)'를 비롯한 북동아프리카의 인류 진화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연구팀은 지구 가까이서 초신성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없는 것으로 일축했다.
수백만년 안에 초신성으로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별은 오리온자리에 있는 베텔기우스(Betelgeuse)인데 지구에서 약 200파섹(652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이다.
멜롯 교수는 "베텔기우스가 수백만년 전의 초신성 폭발과 비슷한 정도로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면서 "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규모 정전을 일으켜 현대기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태양 플레어 등에 따른 태양 프로톤 현상은 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