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이어 '환율전쟁'…한국도 불안

입력 2019-05-27 10:45
<앵커>

날로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무역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전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계 관세'에 대한 개념과 배경을 짚어보고 우리 경제와 증시에 미칠 영향도 살펴보겠습니다. 증권부 신인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신 기자, 미국이 사실상 중국에 대해 '환율전쟁'을 선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전 세계 외환시장이 술렁이고 있죠.

<기자>

네. 미국이 발표한 상계관세 규정 개정안때문입니다. 개정안은 통화가 저평가된 나라들이 미국에 대한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인데요. 기본적으로 상계관세는 수출 보조금을 상쇄하기 위한 징벌적 관세입니다. 그리고 이 수출 보조금이라는 건 꽤 넓은 의미로 해석됩니다.

지난 2003년 우리나라의 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에서 상계관세 부과 판정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채권단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있던 하이닉스에 금융지원을 해줬는데, 미국 정부가 이를 사실상의 수출 보조금이라고 본 겁니다.

그런 배경을 놓고 보면 미국의 이번 개정안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낮은 환율까지도 보조금으로 해석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계관세 부과 기준을 공표하는 대신에 관세 부과 여부를 확정하는 국가별 통화가치 저평가 판단을 재무부에 맡겨놓은 점도 주목됩니다.

<앵커>

미국 재무부가 앞으로 중국의 통화가 저평가되어있다고 판단을 내리고 상계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뜻이죠?

<기자>

사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의 본질적 원인은 환율에 있습니다. 미국은 만성적인 대중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위안화 가치를 지적해왔고요. 지난 2015년 중국이 수출 진작을 위해 위안화를 강제 절하시킨 것이 무역전쟁의 선전포고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이미 중국 상품에 대해 25%라는 대규모 관세 부과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후 외환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요. 달러 강세인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게 되면 그만큼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 상품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효과가 발생하는데 이같은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이 내놓은 카드가 상계관세 개정안이라는 분석입니다.

미국은 지난 2015년에 교역촉진법을 제정해서 환율조작국을 지정해 제재할 근거를 마련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법이 만들어진 이후 환율조작국이 나온 적은 없습니다. 조건이 까다로워서 중국도 피해가기 때문입니다. 연간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달러를 넘고,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GDP 3% 이상이면서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GDP의 2% 이상 달러를 매수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교역촉진법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상계관세 개정안을 내놓는다는 것의 의미는, 즉 상계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재무부의 환율 저평가 기준이 환율조작국을 규정하는 기준보다 더 낮아질 거라는 뜻이 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예상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도 불안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우리나라가 불안해진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아까 미국의 교역촉진법을 언급하면서 환율조작국에 대한 말씀을 드렸죠. 환율조작국보다는 아랫단계인 환율 관찰대상국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과 독일, 스위스, 인도, 일본의 6개 나라가 들어갑니다.

시장의 분석대로 미국이 중국에 환율 관련 상계관세를 매기려고 한다면, 중국 환율 흐름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나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가 현재 중국 위안화와 함께 움직인다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달러당 1,180원, 하는 것은 명목환율이라고 합니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교역상대국의 명목환율을 교역량으로 가중평균한 환율인 실효환율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각 나라마다 똑같은 맥도날드 햄버거의 가격이 다른 점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빅맥지수라는 개념이 있죠, 실효환율은 조금 더 고차원전인 빅맥지수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국제결제은행의 통계를 살펴보면, 환율 관찰대상국 가운데 이번달 들어 실효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 둘 뿐입니다.

최신 통계인 5월 20일 기준 한국의 실효환율은 111.3으로, 5월 1일 112.7에 비해 하락했고요. 같은 기간 중국의 실효환율도 119.2에서 116.71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우리나라 원화와 중국 위안화와 상관계수는 0.9 수준입니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워질수록 높은 건데요. 이같은 숫자들을 감안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환율 관세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한국 원화의 위안화 동조 현상이 지속되면 중국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상계 관세 부과 조치에 우리나라가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거군요. 시장의 불확실성이 하나 더 생긴 것으로 보고, 앞으로의 추이를 주목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증권부 신인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