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중독은 질병"…게임업계 "수조원 손실"

입력 2019-05-26 19:19
수정 2019-05-26 20:43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안이 현지시간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WHO B위원회에서 통과된 새 기준은 28일 폐막하는 총회 전체 회의 보고를 거치는 절차만 남았기 때문에 사실상 개정 논의는 마무리됐다.

1990년 ICD-10이 나온 지 30년 만에 개정된 ICD-11은 194개 WHO 회원국에서 2022년부터 적용된다.

WHO는 실생활에서 사망, 건강 위협의 주요 원인이 되는 새로운 현상들이 질병 분류 기준에 빠져있는 점을 고려해 2000년부터 ICD-10 개정 논의를 시작했고 지난해 ICD-11 최종안을 만들었다.

'6C51'이라는 코드가 부여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은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각국 보건당국은 질병 관련 보건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게 되며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게 된다.

◇ 게임중독 판정 기준은..빈도·통제 가능성 등 초점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행위를 질병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논란을 의식해 WHO는 게임중독 판정 기준을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만들었다.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하는 게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게임중독으로 판단하게 된다.

증상이 심각하게 드러날 때는 12개월보다 적은 기간에라도 게임중독 판정을 내릴 수 있다.

ICD-10은 1만4천400개 항목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고 있지만 ICD-11은 5만5천개 항목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등 건강을 위협하는 인자들에 대한 분류를 세분했다.

번개에 의한 부상 및 사망, 소화를 방해하는 헤어볼(머리카락 뭉치),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모아두는 증상,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 수감 상태에서 일어나는 문제 등에도 질병 코드가 부여됐다.

한국 정부는 국가별 발언에서 "ICD-11 개정 노력이 과도한 게임 사용의 부작용을 예방, 치료하는 정책 근거 마련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며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게임사용장애 기준을 신중히 설정해 개정안이 실효성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게임업계 강력 반발.."과학적 근거없이 성급"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중독에 대한 질병 규제에 대해 국내 업계는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WHO의 진단기준은 중독의 핵심적인 증상인 내성, 금단증상 등을 제거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게임장애를 설명한다"며 "게임이 질환을 일으킨다는 인과가 규정되지도 않았고 예상되는 부작용 등에 대한 연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WHO 결정으로 우리나라가 2022년부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취급하게 되면 게임 산업 위축으로 향후 3년 동안 11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WHO의 결정으로 오는 2022년부터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공식 발효됨에 따라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할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