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미드 '왕좌의 게임' 돌연 방송중단…'사드보복' 떠오르는 이유는

입력 2019-05-25 20:10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 드라마를 비롯한 콘텐츠들이 중국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영화배우나 탤런트들도 찬바람을 맞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미·중 무역 전쟁의 '한파'가 미국이 제작한 콘텐츠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영화배우들에게 밀어닥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막을 내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최종회를 중국 시청자들은 볼 수 없었다.

'왕좌의 게임'은 당초 지난 20일 오전 9시 중국 내 독점권을 가진 텐센트 비디오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텐센트 비디오는 방영 시간 1시간을 앞두고 소셜네트워크 미디어인 웨이보(微博) 계정에서 전송상의 문제가 있다면서 이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았다.

'왕좌의 게임'은 아직 방영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쓰촨 라디오·TV 방송국(四川廣播?視臺)도 지난주 미국의 가족 드라마인 '바다를 건너 너를 보기 위해 왔다'(Over the Sea I Come to You)의 첫 방영을 시작한다고 예고해 놓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했다.

이 방송국은 "몇 가지 이유로 스케줄을 재조정한다"면서 방영을 미루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밖에 중국 관영 CC(중앙)TV의 영화 채널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중국 드라마의 방영을 취소하고 한국전쟁을 다룬, 이른바 '항미원조' 영화를 긴급 편성하기도 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뜻에서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배우나 탤런트들도 잇따라 방송국이나 프로덕션으로부터 방송 출연 취소 통보를 받고 있다.

미국인 한 남성 배우는 며칠 전부터 3건의 TV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배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나의 유일한 직업"이라면서 7년 전부터 중국에서 배우 활동을 했는데 갑자기 방송 출연이 배제됐다고 전했다.

중국의 방송 및 영화계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의 파고가 밀어닥치고 있다면서 앞으로 미국과 관련된 방송프로그램 제작이 취소되거나 이미 계획된 방송 일정이 지연되는 일이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내 TV 프로그램에서 다수의 역을 맡은 한 미국인은 "중국에서 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2건이 며칠 새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민감한 시기"라면서 미국인들을 겨냥한 '탄압'이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중국이 2017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프로그램의 방영과 한국 배우들의 출연을 금지한 상황과 비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