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발, 규격 달라"…도로 위 수소차 안전할까

입력 2019-05-25 09:44
수정 2019-05-25 14:44
수소경제 인프라·도심 충전소 안전은
규격·재질 다른 수소탱크 폭발
사고 원인 규명, 불신 해소 최대 과제로


지난 24일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에서 수소탱크 3기가 폭발해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수소충전소와 수소차 탱크 안전관리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도심내 수소충전소를 확대하고, 수소차와 연료전지 보급으로 수소 경제를 활성화하려던 정부의 핵심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 수소탱크 폭발.."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고"

사고가 발생한 강릉벤처공장 현장은 강한 폭발 압력을 짐작케 할 만큼 처참하다.

이번 사고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고, 국제규격에 따라 안전검증을 마친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해 정부도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강릉벤처공장의 수소탱크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연료전지에 공급하는 방식 등을 연구하던 실험시설이다.

수소를 에너지로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석유 화학에 기반한 부생수소, 천연가스 개질, 물 분해 방식 등 3가지 기술이 있다.

현재 국내에는 기술적인 한계와 비용 문제 등으로 석유화학공장에서 생산하고 남은 '부생수소'를 압축해 사용하는 방식이 도입돼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이고 대량의 수소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물 분해 방식의 수소 생산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강릉벤처공장은 산업부가 에너지기술평가원을 통해 연구개발 과제를 시행하고, 총 6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3월부터 실증 작업에 들어간 시설이다.

산업부는 규격화하지 않은 수전해 연구실험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로 수소충전소나 수소차와 사례가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수소충전소와 다른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수소탱크 폭발 사고로 드러난 위험성과 안전관리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 수소차 달리는 도로..안전할까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로 저장과 보관이 까다로운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강하게 확산하는 성질로 인해 보관하는 시설의 미세한 틈, 약한 압력이 발생하면 폭발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물질이다.

수소전기차를 개발해 온 연구기관과 기업도 수소탱크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 상황을 가정해 충돌실험을 하고, 탱크만 떼어내 충격, 차량 화재, 관통 등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 실험을 진행해왔다.

수소차에 쓰이는 연료탱크는 탄소 복합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개발초기보다 보관 압력을 2배로 높인 700기압의 압력으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철보다 10배 강한 재질로 내부와 외부를 감싸 수소를 보관하고 있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보관 압력의 2배 이상의 내부 압력이 발생해도 견딜 수 있다.

국내에 생산된 수소차은 뒷좌석 아랫쪽으로 3개의 수소연료탱크가 연결돼 있다. 안전 확보를 위해 각각의 탱크 입구에 온도 감응식 압력장치를 설치해 화재나 충격 등의 위험 상황에서 수소탱크 압력을 낮추도록 제작돼 있다.

수소충전소도 1,000기압의 압력을 견디도록 이음매 없이 시설을 설계돼 있고, 압력에 갑자기 상승하는 등 위험이 감지되면 수소를 바로 외부로 배출하도록 안전장치도 갖추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연구기설은 용량 4만 리터에 12기압 정도의 낮은 압력으로 수소를 보관하고 있었고, 용접 등으로 발생한 이음매가 있어 상대적으로 폭발에 취약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3일 고속도로 수소충전소 시설을 방문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수소경제 불똥 튈라"..안전 관리·불신 해소가 핵심

정부는 올해 고속도로와 국회 앞 등에 수소충전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2022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3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앞으로 20년간 전국 94만 가구에 자체 발전기 역할을 하는 수소연료전지도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차 보급을 위해 차량 가격의 절반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수소충전소 건설을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해 인프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벤처기업인 등이 현장을 견학하던 과정에서 수소탱크를 시험작동하다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소탱크의 안전장치를 풀거나 안전장치가 오작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안감과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동감식을 거쳐 수소탱크 안전 검사와 관리 부실 등의 문제를 투명하게 밝혀내는 것이 관련 부처와 기관들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 수소탱크 폭발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향후 정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 관리 의무 위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책임소재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