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태풍의 눈' 화웨이…되살아난 눈치게임 악몽

입력 2019-05-24 16:58
<앵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도 반(反)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전달하면서 지난 사드 사태 때처럼 두 나라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거라는 우려도 커집니다.

미국이나 중국에 미운털 박힐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 정재홍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미국에 이어 영국, 일본, 대만의 기업들까지 등을 돌리면서 화웨이가 사면초가에 빠진 양상이죠.

우리 기업들까지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더해지면서 지난 사드 사태처럼 우리가 미중 갈등의 한복판으로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2016년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를 도입했던 때로 잠시 돌아가 볼까요?

당장 중국의 반발로 한중간 경제·문화 교역이 삽시간에 막혀 버렸습니다.

한류는 금지되고 중국인 관광객도 사라지면서 연간 피해액만 수십조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는 한동안 곤두박질 쳤고, 롯데는 아예 중국 사업을 철수시키기도 했습니다.

대중국 수줄 비중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우리로서는 사드의 악몽이 재현될까 두려울 수밖에 없죠.

물론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은 막히고,

통신장비를 공급받는 LG유플러스의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등 누가 피해가 클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23일 "미중 무역협상 합의의 일환으로 화웨이 문제가 포함되는 게 가능하다"고 말해 화웨이 제재가 무역협상 카드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무역관세에서 우위를 점하고 5G 패권까지 저지하려는 미국의 요구는 거세질 전망입니다.

미국의 첩보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다섯개의눈)'에 들어가려 시도하는 일본은 발 빠르게 미국 편에 서서 움직이는 중입니다.

행정명령 이후 세부 시행규칙을 제정하는 게 남아 있어 우리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후속조치를 지켜본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다음달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도 계획돼 있는 만큼 눈치만 보고 있기엔 화웨이 압박 참여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미중 갈등 봉합으로 아무 선택도 하지 않은 날만 기다리기엔 화웨이를 향한 미국의 칼날이 날카롭습니다. 한국경제TV 정재홍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