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시진핑 6월 방한 불투명

입력 2019-05-24 10:21
북미관계가 냉각 상태에 갇힌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마저 격화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6월 말 방한 추진이 난관에 봉착했다.

내달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남북한 동시 답방과 미중 정상 회동을 성사시키려던 중국의 계획에 복잡한 변수가 생긴 셈이다.

24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내달 28~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즈음해 남북한을 방문하려 했으나 꼬여버린 외교적 상황 때문에 고심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남북한 양쪽으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은 상황이라 G20 정상회의 앞뒤로 평양과 서울을 찾아가 북한 비핵화 문제 중재와 더불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갈등 이후 경색된 한중 관계 복원에 나설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 부과에 이어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등 무역전쟁이 확전 일로를 걷고 있어 북한뿐 아니라 한국 방문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방문의 경우 싸늘해진 북미 관계가 시 주석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북한이 최근 전술 유도무기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다시 무력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벼랑 끝에 몰린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평양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북미 협상이 잘 안 될 때마다 '중국 책임론'을 거론해왔는데, 특히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방북할 경우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남북한 '등거리 외교'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으로선 김 위원장이 지난해와 올해 현재까지 총 4차례나 방중했는데 시 주석이 평양 답방을 하지 않고 한국만 들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6월에 시 주석의 남북한 동시 답방을 준비해온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미·중 무역 갈등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시 주석의 순방 일정에 변수가 생겨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올해 하반기에 방북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방한은 예정대로 내달 말에 추진할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미국과 힘겨운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시 주석으로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다져놔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첨단 제조 기업들을 정조준하면서 핵심 부품의 공급을 끊고 있어 대체 공급지가 될 수 있는 한국은 중국 입장에서 거리를 좁혀야 할 대상이다.

다른 소식통은 "현재 시 주석의 방한 문제는 양국 정부가 지속해서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달까지 변수가 많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