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들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비교적 만족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어젠다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승리를 위한 '열쇠'를 쥔 핵심 주(州)에서 미중간 무역 전쟁에 대한 바닥여론이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지지기반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퀴니피액 대학이 지난 16일∼20일 유권자 1천7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이러한 흐름이 나타났다고 미 CNBC 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대한 찬성률은 39%에 그쳤다. '반대'는 53%나 됐다. 오차범위는 ±3.7%이다.
무역정책에 대한 찬성도는 지난 2016년 대선 승리의 발판이자 2020년 재선 승리의 '열쇠'를 쥔 '산업 지대'에서도 좋지 않게 나왔다. 이들 주(州)의 농부들은 무역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라고 CNBC 방송은 전했다.
무역 전쟁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은 경제 전반에 대한 긍정적 여론 흐름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1%가 경제 상황이 '아주 좋다'거나 '좋다'고 답했다. 이는 거의 18년 만에 최고치라고 퀴니피액 대학 측은 밝혔다.
반면 경제 상황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율은 38%이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이었다.
CNBC 방송은 유권자들이 점점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면서 무역정책에 대한 여론은 지난 1월부터 악화해왔다고 전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의 48%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미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40%로 이보다 8% 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개인 재정상태에 끼치는 영향을 묻는 항목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36%)보다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44%)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접근법에 대해서도 '반대'가 50%로 '찬성'(40%) 보다 많았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아이오와 등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한 5개 산업 지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대한 '반대'가 56%로, '찬성'(41%) 을 15% 포인트 웃돌았다. 이들 지역에 대한 조사결과는 퀴니피액 대학이 워싱턴포스트(WP)에 추가로 보낸 것이다.
이들 주의 경우 대중(對中) 정책과 관련해서도 '찬성'은 39%에 그쳤고, 찬성하지 않는 쪽이 53%나 됐다.
이들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미국 경제에 좋다는 대답 역시 39%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47%)에 못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맨'을 자처, 수입산 제품에 대한 세금이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무역 전쟁은 이기기 쉬운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실제 바닥 표심에서 체감하는 정서는 이와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무엇보다 '러스트벨트'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승리에 매우 중요한 핵심 주에서 무역 및 대중 정책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게 나타난 것은 트럼프 캠프로선 적신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트럼프 캠프가 최근 자체적으로 진행한 17개 주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잠재적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지역에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3개 주가 포함됐다고 폴리티코가 지난 20일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백악관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