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감산 지속 가능성과 중동지역 긴장 등으로 상승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34달러(0.5%) 상승한 63.1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주말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회의와 이란을 둘러싼 중동지역 정세 등을 주시했다.
지난 일요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산유국 장관의 감산 합의 이행 점검 회의에서는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이 올해 감산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시사됐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전반적으로 원유 시장이 예민한 상황에 있다"면서 "한편에는 제재와 공급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고가 늘어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공급도 많다"면서 "이는 우리가 앞으로 몇주 혹은 몇달 간 편안한 상황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부 장관도 산유국들이 시장의 공급 갭을 메울 능력이 있다면서도 감산 합의를 완화하는 것은 적절한 결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란을 둘러싼 중동지역의 긴장도 팽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 될 것"이라면서 "다시는 미국을 협박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인근에 로켓 포탄이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한 직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는 '가짜 뉴스'라면서 이란이 준비되면 미국에 전화해 올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이란이 미국과 대립하는 중에 이란 경제는 지속해서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가는 다만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분쟁 격화 등으로 위험자산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상승 폭이 크지는 못했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의 미국 내 사업에 대한 제재를 가한 이후 구글과 인텔, 퀄컴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화웨이와 거래를 철회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이폰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따라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장중 내내 하락 압력에 시달리는 등 불안이 여전하다.
사우디와 UAE 등의 감산 지속 방침 시사에도 오는 6월 예정된 OPEC 회의에서 증산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된다.
OPEC이 현재 합의한 것보다 훨씬 많이 생산량을 줄인 만큼 감산 합의를 유지하면서도 쿼터 수준까지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이나 감산 목표를 소폭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지역 긴장에도 무역 전쟁 불안 등이 맞서면서 유가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스 공동 창립자는 "원유 상승 베팅이 너무 오래갔다"면서 "글로벌 경제 침체 및 둔화 우려가 이란 관련 지정학적 우려를 상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동지역 긴장이 극적으로 고조되지 않는다면 유가는 중립 수준에 놓여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