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 들어 벌써 넉 달째 0%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걸까요?
먼저 조연 기자입니다.
<기자>
<인터뷰> 홍혜영 (주부, 대방동)
"너무 비싸져서 몇 개만 사도 훌쩍 10만 원 넘어요. 뭘 사야할 지도 모르겠고, 그냥 조금씩 사서 조금씩 먹게 되고..."
<인터뷰> 이근재 (자영업자, 종로)
"된장찌개 지금 7천 원에 팔아도 마진 남지 않아요. 원가 올라가고, 인건비도 오르고 모든 물가가 올랐잖아요."
<인터뷰> 이양우 (자영업자, 문래동)
"저도 레스토랑 운영하고 있지만, 많이 실감하고 있어요. 솔직히 다 오른 것 같아요. 장 볼 때마다 사기가 조심스러워요."
다들 물가가 올랐다 올랐다 하는데 대체 얼마나 오른 걸까요?
1년 전보다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4인 가족 저녁 밥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메뉴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메뉴 중 하나인 삼겹살입니다.
같은 밥상이 1년 만에 1만 원 올랐습니다.
특히 큰 폭으로 오른 건 돼지고기.
1년 전 1근(600g)에 9,040원이었던 게 요즘은 1만4천 원 가량 합니다.
1년 전 가격으로 올해는 절반 조금 넘게 먹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소주도 가격이 올라 이제 식당이나 술집에서는 5천 원에 파는 곳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습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생활필수품 역시 가격이 올랐습니다.
치약과 세탁세제 등 생필품 38개 품목 중 21개 품목이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생활 물가는 오름세가 뚜렷한데,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물가는 왜 낮은 것일까?
통계청은 국제유가가 안정된 시기에 유류세 인하가 더해졌고, 무상급식과 같은 정부 정책 효과도 컸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물가 지표 산정 방식이 소비자들의 실생활과 괴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계산할 때는 총 460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가중치를 두고 계산합니다.
가장 큰 가중치를 두는 부문은 지출규모가 큰 전·월세인데, 시차를 두고 지출이 나가는 만큼 정작 소비자로선 크게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또 경기가 어려울 때 전기밥솥이나 TV 같은 가전제품 구매를 미루게 되는데, 구매하지 않는 비필수 품목들의 가격 하락이 그대로 전체 지표에 반영되는 식입니다.
반면 매일 소비하는 쌀과 고기, 채소 등은 금액은 크지 않지만 구입 빈도가 잦아 체감도가 높은데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체감 물가는 훨씬 높게 느껴지는 겁니다.
여기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늘지 않는데, 나가야 할 돈이 더 많아진다는 점도 부담을 더합니다.
<인터뷰>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세금, 사회 연금 등 국민들의 부담들이 늘어나면서 가처분 소득은 늘어나고 있지 않다. 경기까지 하강하면서 소득기반도 약화되기 때문에 물가 수준은 높아지는 현상."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장바구니 물가만 오르다보니 소비심리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