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 아내' 사는 '본인 명의' 아파트…전선 끊으면 유죄?

입력 2019-05-12 10:47
수정 2019-05-12 19:01


별거 중인 남편이 아내가 거주하는 본인 명의 아파트에 들어가 몰래 전선을 끊으면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1부(김홍준 부장판사)는 재물손괴(인정된 죄명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A(63)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아내인 B씨와 불화로 별거하던 중 2016년 3월 10일 아내가 사는 아파트에 들어가 거실과 각 방 천장 전선을 모두 끊었다.

2017년 3월에는 아내 소유 가전제품과 가구, 옷 등을 버리거나 이삿짐센터에 맡겼다.

A씨는 결국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가 아내 소유 물품을 버린 부분은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하면서 전선을 끊은 행위에 대해 "아파트 소유권은 A씨 명의인 만큼 전선도 타인 재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항소했다.

이 과정에서 재물손괴 혐의의 예비적 죄명으로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추가하는 쪽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2심에서 A씨 변호인은 "아파트를 팔려고 리모델링 작업을 위해 전선을 끊었다"며 권리행사방해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방어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집을 나온 이후 아내 B씨가 A씨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었다"며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이 점유한 A씨 소유 물건을 파손하는 행위를 벌하는 것이어서 아내 허락 없이 전선을 끊은 이상 범행 고의와 유죄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아내와 합의하지 못했으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