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의 버스업체 노조가 주 52시간제 도입과 준공영제 등에 따른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해 교통 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아직 투표를 시행하지 않은 인천과 경남 창원 지역을 제외한 10개 지역 조합원 3만5천493명은 7∼9일 찬반투표를 벌여 96.6%의 압도적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각 지역에서는 대체운송수단 등 비상수송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전국 12개 지역 200여곳 사업장서 파업 가결
9일 한국노총 전국 자동차 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 대구 버스 지부는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찬성률 96.9%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재적 조합원 3천125명 중 2천824명이 지난 8일 오전 4시부터 투표에 참여했으며 찬성 2천737명, 반대 79명, 무효 8명, 기권 301명으로 집계돼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했다.
대구 버스노조는 대구지역 시내버스 업체 26곳(1천598대, 3천700명) 중 22곳(1천299대, 3천125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다.
광주 버스노조도 이날 오전 6시까지 벌인 투표에서 1천444명의 조합원 중 1천154명이 투표에 참여 95%(1천102명)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들이 파업에 참여하면 9개 버스회사의 630여대 버스의 운행이 중단된다.
전남 18개 버스 회사 노조 중 이날까지 찬반투표를 벌인 17개 노조는 92.8%가 참여해 87.3%가 파업을 찬성했다.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지 않은 순천의 한 시내버스 노조는 오는 12일 찬반투표를 한다.
이들 버스회사 노조원들이 파업에 모두 참여할 경우 820대가 운행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도의 15개 버스업체 노조는 전날부터 투표를 진행해 조합원 1천324명 중 찬성 97.3%, 반대 2.7%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번 투표는 양주, 용인, 하남, 구리, 남양주, 포천, 가평, 파주, 광주, 의정부, 의왕, 과천, 군포, 안양 등 14개 시·군을 경유하는 버스업체들의 노조에서 진행한 것으로 이들 업체가 운행하는 버스는 총 589대이다.
서울의 경우 61개 회사(63개 노조) 조합원 1만7천396명 중 1만6천34명이 투표에 참여해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률 89.3%로 파업을 가결했다.
앞서 전날에는 부산, 울산, 충남 등의 버스노조가 투표를 통해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파업 찬반투표는 자동차노련 소속의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경남 창원, 충북 청주, 경기, 전남, 충남 등 12곳 247개 사업장에서 진행된다.
인천과 경남 창원 지역의 경우 오는 10일 파업 찬반투표가 예정돼 있다.
버스 차량으로는 2만여대에 달하며 참여 인원은 4만1천명가량이다.
◇ 15일부터 파업 돌입…각 지자체 대책 마련 비상
파업이 가결됨에 따라 자동차노련 버스노조들은 오는 15일 오전 4시부터 일제히 무기한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비상수송대책 마련을 위해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경기도는 교통대란을 대비해 각 시·군과 함께 전세버스 등 대체 운송편을 마련하고 택시 부제를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파업노선과 대체 운송편에 대한 정보를 도민에게 알릴 홍보 방안과 더불어 교통 공무원으로 구성된 현장 점검반을 운영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며 "파업으로 인한 도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전세버스 투입을 고려하고 있으며 부산시는 전세버스 투입과 함께 도시철도를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산의 경우 하루 128만명 정도를 운송하는 시내버스가 멈춰 서면 비상수송대책에도 불구하고 버스 운송 부담률이 64%까지 떨어져 시민 불편이 예상된다.
◇ 노조 "임금인상해야" vs 사측 "적자 심해 불가능"
버스업체 노조들이 이처럼 시민 불편이 예상됨에도 파업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수입이 줄어든 만큼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버스노조는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타시도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초과근무 수당으로 채워왔는데, 더는 초과근무를 할 수 없어 임금감소가 우려된다며 생활임금 보장 수준인 전년 대비 10.9%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매년 적자가 6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올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구 버스노조는 주 52시간 적용에 따른 손실 임금 보전, 만 63세 정년 연장(현 만 61세), 추가 인력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버스노조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추가 인력 채용과 310여만원 수준인 임금을 서울 수준인 390여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수익성 저하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업체 노조 관계자는 "버스 기사가 세금을 떼고 실제 손에 쥐는 월급은 260만원 수준에 불과한데 근무 시간이 줄어 임금이 더 낮아지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서울 등과의 임금 격차도 심해 기사 확보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업체 측은 "지금도 노선 수익성이 떨어져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인건비 부담이 더 올라갈 경우 운영 자체가 무의미할 지경"이라며 "주 52시간이 적용되면 인력 추가 채용이 불가피해 현 수준의 임금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