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해외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난 가운데 최근 미국주식 직구(직접 구매) 금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 실적이 좋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디즈니 등에 직구족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거래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4월 기준 67.4%로 홍콩(16.1%), 중국(7.9%), 일본(6.1%), 유로시장(0.1%)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달 미국주식 결제금액은 20억7천만 달러(한화 약 2조4천억원)로 작년 동월(15억9천만 달러)보다 29.9% 증가했다.
결제대금은 매수와 매도를 모두 합한 금액으로, 매수만 보면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매수 금액은 11억1천900만 달러(약 1조3천억원)로 작년 4월(8억600만 달러)보다 38.8% 늘었다.
미국주식 직구 금액은 최근 몇 년 사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도 시기별로 증시 변동성에 따라 다소 등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증시가 급락한 지난해 12월에는 전체 결제금액이 두 달째 감소세를 보였으며 매수 금액은 7억8천만 달러로 줄었다.
그러다가 올해 미국증시가 다시 활기를 띠면서 1∼3월 월별 매수 금액은 각각 10억4천700만 달러, 10억8천800만 달러, 11억4천8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 7일(현지시간)까지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 지수는 각각 11.3%, 15.0%, 20.0%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는 6.2% 상승했다.
특히 지난 4월 24일에는 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영향으로 국내 미국주식 보관금액도 4월 말 기준 59억9천700만 달러(7조100억원)로 한 달 전의 56억1천600만 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보관금액은 각 종목의 보유주식 수에 주가(전날 종가)를 곱한 금액으로 주가가 오르면 더 빨리 늘어난다.
종목별로는 근래 '마가'(MAGA)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 등 4개 종목이 국내 직구족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예탁원이 4월 이후 이달 7일까지 집계한 미국주식 종목별 결제금액 순위를 보면 아마존,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이 순서대로 1∼4위를 차지했다.
또 엔비디아와 테슬라, 넷플릭스가 7∼9위에 올랐고 월트 디즈니(이하 디즈니), AMD, 알리바바가 11∼13위를 차지했다.
결국 최근 주식 직구족의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끄는 상위권 종목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특히 마블 스튜디오를 거느린 디즈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지난 4월 하순 개봉돼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층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디즈니 주식 국내 결제금액 순위는 어벤져스 개봉 시점(국내 4월 24일)을 기준으로 종전 9위(ETF 제외)에서 6위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경쟁사인 넷플릭스(6위→7위)를 추월한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