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중국 증시에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며 시가총액이 최대 2천600조원 불어났으나 최근 상승세가 급격히 꺾여 향방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서프라이즈' 수준의 경제 성장과 예상보다 양호한 기업 실적이 받쳐주는 미국 증시와 달리, 중국 정부의 부양정책 효과가 제한적이고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5일 데이터 제공업체 윈드가 이번 시즌에 발표된 중국 3천602개 상장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12.5%(452개)가 2018년도에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손실을 기록한 기업 수는 전년의 두 배로 증가했고 12.5%의 비율도 역대 최고다.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순이익 총합은 3조3천893억위안(약 586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7% 감소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직격탄을 맞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며 기술·미디어·이동통신 부문의 이익이 140% 급감하면서 타격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에 더해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도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1로 전월보다 떨어졌고 중소 수출업체들의 경기를 주로 반영하는 차이신 제조업 PMI도 50.2로 시장 전망(50.9)과 전월(50.6)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최근 실시한 경기 설문조사 결과, 국내외 주문 감소와 판매가격 하락으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수익성이 전분기보다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31.3%로 7.2%포인트 줄었고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기업은 26.7%로 5.7%포인트 증가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부 경제지표의 개선에도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 효과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주문 지수가 낮고 물가상승 기대도 낮아 내수활성화가 제한적일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과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를 향한 낙관론을 이미 거둬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증시는 세계 어느 시장보다 활황세를 보였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중국 증시의 달러 환산 시가총액은 지난달 21일 7조6천380억 달러(약 8천917조원)까지 불어나 지난해 말보다 2조3천억달러(약 2천688조원) 늘었다.
지난달 30일엔 7조785억 달러로 줄었지만 올해 증가율은 30%를 넘는다.
이는 미국(18%)은 물론이고 시총 200억 달러 이상인 세계 58개국 중 어떤 나라보다도 가파른 증가세다.
중국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올해 1∼4월 23% 올라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세계 94개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그리스의 아텍스 종합주가지수(26%)에 이어 2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 1∼2주 사이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은 흔들린 모습이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 0.4% 떨어졌다. 1월 3.6%, 2월 13.8%, 3월 5.1% 상승했다가 올해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주간 기준으로도 지난달 마지막 주(4월22∼26일) 5.6% 하락해 지난해 10월 중순(7.6%)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상하이 종합지수와 MSCI 전세계지수의 주간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이 기간 상하이 지수는 2016년 1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큰 격차로 MSCI 전세계지수에 뒤처졌다.
무엇보다 향후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같이 중국 증시의 최대 동력인 추가 경기 부양에 기대감이 크지 않다.
선비판 선전스프러스 캐피털매니지먼트 수석 전략가는 "조정이 끝나려면 아직 먼 것 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동력을 위해선 강한 실적이나 경제 펀더멘털, 정책 변동이 필요한데 당장 가능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