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후 나타나는 새로운 유형의 치매 발견"

입력 2019-05-01 19:34


알츠하이머 치매와 유사하지만, 뇌 병변 부위가 다른 또 다른 유형의 치매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 주최 국제 워크숍에 참석한 국제연구진은 최근에 나온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이 새로운 유형의 치매가 존재함을 확인하고 이를 '변연계 특이 노인성 TDP-43 뇌병증'(LATE: Limbic-predominant Age-related TDP-43 Encephalopathy)이라고 명명했다고 CNN 뉴스 인터넷판과 메디컬 뉴스 투데이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크숍에는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6개국의 20여 연구기관에서 뇌 영상, 임상진단, 유전학, 신경 병리, 신경 심리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연구진은 뇌 신경세포의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과 타우 엉킴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 치매와는 달리 이 새 유형의 치매는 TDP-43이라는 단백질이 잘못 접혀(misfold) 비정상 구조를 지니게 됨으로써 발생한다고 밝혔다.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들의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이 단백질이 올바로 접힌 3차원 구조를 잃고 이러한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면 기억과 사고 능력이 손상되기 시작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비정상 TDP-43 단백질은 80세 이후 노인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85세 이후 노인의 약 25%가 기억과 사고 능력이 손상될 정도의 비정상 TDP-43 단백질을 지니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단백질의 '잘못접힘'은 특이하게도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신경세포가 죽어 흉터 조직이 형성되는 해마 경화증(hippocampal sclerosis)을 동반한다.

TDP-43 단백질의 잘못접힘은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과 전측두엽 치매로 알려진 전두측두엽변성(frontotemporal lobar dengeneration) 환자에게서도 발견된다.

이 변성 단백질로 발생한 치매는 기억, 학습, 사고 능력이 여러 모양으로 손상되고 마침내는 일상생활 능력을 잃게 된다.

이 치매는 진행이 느린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치매에 알츠하이머 치매가 겹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진행이 매우 빨라진다.

TDP-43 단백질의 잘못접힘은 발생하는 뇌 부위에 따라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 편도체(amygdala)에만 나타난다.

2단계 - 편도체와 해마의 두 곳에 나타난다.

3단계 - 편도체, 해마, 중측두회(middle temporal gyrus)에 나타난다.

이 새로운 유형의 치매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환자의 사후 부검을 통해 뇌 조직을 검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형태의 치매가 어떻게 발생하고 진행되는지는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워크숍 공동의장을 맡았던 NIA 알츠하이머병 프로그램실장 니나 실버버그 박사는 말했다.

실버버그 박사는 이 새로운 유형의 치매가 발견된 것이 치매에 대한 이해와 연구에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뇌 신경세포의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과 타우 엉킴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들이 모두 임상시험에서 실패로 나타난 것은 임상시험 참가자 가운데 이 새로운 유형의 치매 환자들이 포함됐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새로운 형태의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가 아닌 다른 단백질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연구결과는 뇌과학 전문지 ‘뇌’(Brain)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