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 패스트트랙'에 검찰총장 정면 반발

입력 2019-05-01 17:26
수정 2019-05-01 17:28
형사사법 공조를 위해 해외를 방문 중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여야 4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것을 정면 비판했다.

문 총장은 1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에 전달한 입장 자료를 통해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패스트트랙 형태의 논의 방식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사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방안을 규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두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검찰 내부에 반발 여론이 확산한 점은 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지만, 검찰총장이 직접 언급을 하고 나선 건 처음이다.

문 총장은 국회의 논의 방식뿐 아니라 법안 내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현실화하면 경찰권이 필요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경찰에)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독립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는 만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논의되고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경찰 업무를 반드시 경찰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장이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신속처리안건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나서면서 향후 국회의 입법과정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또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여야 의원들의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검찰 수장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문 총장은 지난달 28일 범죄인인도조약 및 형사사법공조조약 체결을 위해 오만 등을 방문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