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동생' 김여정이 사라졌다…하노이 참사 이후

입력 2019-04-24 21:10
수정 2019-04-25 09:5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근거리에서 그를 '밀착 보좌'하던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자취를 감췄다.

24일 오후 전용열차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입성한 김 위원장이 본격적인 방러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김 위원장의 출발 시점부터 현재까지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은 카메라에 단 한 차례도 포착되지 않았다.

그는 김 위원장의 공식 일정 시 수행자 명단에 호명된 적은 많지 않지만, 김 위원장의 거의 모든 외국 방문 일정마다 '그림자 수행'을 하며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해왔다.

지난달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평양역에서 출발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전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손과 발이 돼 가장 분주하게 움직였고, 중간 기착지인 중국 난닝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김 위원장 옆에서 재떨이를 양손에 들고 서 있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앙TV 출발 영상은 물론, 러시아 하산역과 블라디보스토크역에 잇달아 러시아 측 환영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한 차례도 포착되지 않았다.

한 국내 매체는 김 제1부부장이 '선발대'로 러시아에 입성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지만,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의 '부재'가 더 눈에 띄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의전 보좌역에 그치지 않고 국정 운영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제1부부장은 작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때 김정은 위원장의 면담에 유일하게 배석하며, 북미 현안에도 개입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아울러 작년 한반도 정세변화에 결정적 계기가 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정상회담 때 김 제1부부장이 남북관계 업무를 관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이 공개석상에서 확인된 건 지난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참석이 마지막이다. 그는 당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서 대의원 자격으로 앉아있었다.

그러나 당시 북한 매체가 공개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재편된 정치국 위원 33인의 '단체 사진'에서는 빠졌다.

이어 15일에는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107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노동당과 최고인민회의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도 포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방러 수행단에서 빠진 것도 최근 내부 정치행사에 불참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에서 대미·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장금철로 전격 교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미·대남 관련 인사들이 일부 교체된 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