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피의 부활절'…테러 사망자 290명으로

입력 2019-04-22 21:22


지난 21일 스리랑카 8곳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 테러 관련 사망자 수가 290명으로 늘어났다.

테러의 배후로는 현지 급진 이슬람조직인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가 지목됐고,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지 경찰은 22일 AFP통신 등에 "이번 연쇄 폭발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290명으로 늘었고 5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사망자 중에는 외국인도 37명 이상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랑카 당국은 전날 오후 이번 사고와 관련한 사망자 수가 207명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피해 규모가 속속 파악되면서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이날까지 연쇄 폭발 관련 용의자 2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스리랑카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용의자들이 폭발물을 운송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과 용의자들이 사용한 은신처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현지 급진 이슬람조직인 NTJ가 테러의 배후로 지목됐다.

정부 대변인인 라지타 세나라트네는 이날 "스리랑카 정부는 NTJ가 이번 공격의 배후라고 믿는다"며 "NTJ가 국제테러조직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NTJ는 불상 등을 훼손하는 사건으로 작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무슬림 과격 단체다.

앞서 스리랑카 경찰청장은 열흘 전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를 토대로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정보당국은 이 같은 테러경고 정보를 무시하다가 이번 연쇄 폭발 공격 대비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연쇄 폭발 가운데 6건은 자살폭탄 테러에 의한 것이라는 점도 이날 밝혀졌다.

스리랑카 정부의 과학수사 전문가인 아리야난다 웨리안가는 AP통신에 "21일 오전 호텔 3곳과 교회 3곳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한 폭발은 7명의 자살폭탄 테러범이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21일 오후에 발생한 두 건의 폭발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폭발사고 발생 당시 외국에 머물렀던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귀국 후 22일 오전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22일 오전 6시를 기해 전날 오후부터 발령한 통행금지령을 해제했다.

하지만 치안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이날 오후 8시 다시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이후 시리세나 대통령은 "경찰과 군이 공공 안전을 보장하게 해야 한다"며 이날 자정부터 비상사태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콜롬보의 한 교민은 연합뉴스에 "통금이 해제된 낮에도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상황"이라며 "회사원들도 출근하지 않는 상태"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스리랑카 정부는 22∼23일을 공휴일로 선포하고 전국에 휴교령도 내렸다. 주식시장 개장도 연기했다.

또 공항 등 주요 시설물에는 여전히 군경을 배치하는 등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재 엉뚱한 소문을 막기 위해 페이스북과 왓츠앱 등 주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대부분을 차단한 상태다.

이와 함께 dpa통신은 급조한 사제폭발장치가 콜롬보 시내에서 30km 떨어진 국제공항 근처에서 발견돼 스리랑카 공군이 뇌관을 제거했다고 전했다.

공군 대변인은 해당 장치가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에서 2km 떨어진 도로에서 발견됐으며, 당시 플라스틱 파이프 안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폭탄 무게는 50㎏가량으로 반경 400m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22일 오후에는 경찰이 콜롬보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폭발물 기폭장치 87개를 발견했다.

경찰 폭발물 처리반이 콜롬보의 교회 인근 승합차에서 해체 작업을 하다가 폭발이 일어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