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아파트 덮친 라돈 집중조명…막을 방법 정말 없나

입력 2019-04-20 00:17


19일 방송된 KBS 1TV '추적60분'은 '끝나지 않은 라돈의 공포, 아파트를 덮치다' 편이 방송되면서 라돈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추적60분〉은 총 3번의 방송을 통해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폐암을 비롯한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위험보다 위험성이 10배나 높다고 알려져 있는 자연 방사능 물질 ‘라돈’. 그런데 방송 이후, 실내 건축자재 중 라돈이 다량 방출된다고 알려졌던 ‘인산석고’로 만든 석고보드가 시중에서 자취를 감췄는데도, 라돈의 공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18년 이후 라돈이 방출되는 주요 건축자재로 손꼽히기 시작한 건, 아파트 화장실 선반과 현관 바닥 등에 주로 쓰이는 ‘화강석’.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화강석’을 제거했는데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면서 더 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지난 6년여 간 지속되고 있는 1급 발암물질 라돈의 공포, 과연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 신축 아파트에서 검출된 라돈, 건설사는 잘못 없다?

작년 9월 한 대기업 건설사가 분양한 A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는 김시환(가명) 씨. 욕실 선반을 비롯해 ‘화강석’으로 시공된 아파트 실내 곳곳을 비닐로 덮어두고 생활한다. ‘화강석’에서 라돈이 다량 방출되고, 그로 인해 임신한 아내와 6살 아이의 건강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환경부가 정한 라돈의 공동주택 권고기준은 약 200베크렐. 실제 김 씨의 집에선 기준치의 무려 4배가 넘는 851베크렐의 라돈이 검출되었는데. 문제는 김 씨 뿐만이 아니었다.

A신축 아파트의 다른 입주민들 또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며 건설사에 자재 교체 등을 요구한 상황. 하지만 건설사가 입주민의 라돈 측정 방식 등에 오류가 있다고 문제 삼으면서 갈등은 커지고 있다. 그런데 한 달여에 걸친 〈추적60분〉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입주민들이 ‘라돈’ 검출을 의심하는 신축 아파트 1,100여 세대 가운데 실제 라돈 기준치를 초과한 곳은 무려 730여 세대. 심지어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된 신축 아파트도 있었는데.

◇ 화강석 제거해도 기준치 이상 검출되는 라돈

문제는 콘크리트와 신축 아파트의 높은 밀폐율? 이른바 ‘라돈 사태’가 전국에서 불거진 후 아파트 실내에서 라돈을 다량 방출한다는 의혹을 받은 건 ‘화강석’이었다. 그런데 문제의 화강석을 제거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고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아파트 실내를 둘러싸고 있는 ‘콘크리트’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콘크리트의 주원료가 되는 ‘모래’나 ‘자갈’에서 라돈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게다가 콘크리트에서 라돈이 소량 방출되더라도 신축 아파트의 경우 에너지 절감을 위해 밀폐율을 높여 시공하기 때문에, 실내에 라돈이 농축돼 기준치 이상 고농도의 라돈이 검출될 수 있다는데.

◇ 6년 째 끝나지 않는 라돈의 공포, 막을 방법은 없는가

전국적으로 라돈 공포가 확산되면서 정부는 지난해 실내공기질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당초 라돈의 권고 기준이 200베크렐이던 것을 오는 7월부터 148베크렐로 강화해 적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 뿐, 의무 사항은 아니다. 즉 라돈 기준치를 초과해도 환경부가 건설사에 자재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등의 법적 권한이 없다.

더욱이 이러한 권고 기준은 2018년 1월 1일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들에만 해당돼 이미 지어진 아파트 단지 등은 권고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라돈의 관리 감독 기관이 환경부, 국토부, 원자력안전위원회로 세분화 돼 있어, 문제 해결이 더 어려운 상황인데.

환경부는 지난 11월 구성한 특별전담조직(TF)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관계당국이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라돈에 대한 공포심만 키우고 있는 상황으로,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