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때문? 베트남 프로축구 리그 조기 종료 결정

입력 2019-04-09 17:39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오는 11월 말 열리는 동남아시아게임(SEA)을 앞두고 여실히 증명됐다.

60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노리는 이 대회 준비를 위해 5주간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는 박 감독의 한마디에 베트남축구협회(VFF)가 현지 프로축구 리그(V리그) 일정을 다 바꾼 것이다.

9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VFF는 애초 오는 10월 26일 끝나기로 돼 있는 V리그를 10월 6일 끝내기로 하고 구단별 경기 일정을 모두 조정했다.

이에 따라 평균 5일에 한 번씩 갖기로 했던 경기를 3일에 한 번씩 치르게 된다.

이는 22세 이하(U-22) 대표팀을 이끌고 SEA에 출전하는 박 감독이 훈련 기간으로 5주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경기 경험이 별로 없는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높이고 조직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최소 5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 졌다.

베트남은 올해 SEA 축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하는 게 목표다. 격년으로 열리고 올해 30회째여서 60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이 때문에 베트남 체육 당국은 SEA와 비슷한 시기인 오는 11월 중순 개최되는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에 집중하려고 U-22 대표팀 감독으로 이영진 수석코치를 추천했던 박 감독에게 또 중책을 맡겼다.

박 감독은 지난달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으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 나가 무실점 3연승으로 조 1위를 차지, 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당시 준비 기간이 2주에 불과해 전술운영에 애를 먹었던 박 감독은 예선에서 2연승 한 뒤 "팀플레이가 부족했고, 훈련 기간이 짧아 선수들이 아직 전술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대회 준비가 부족하다"고 냉정한 평가를 했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 국가 대표팀과 U-23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고, 올해 3월 U-22 대표팀의 지휘봉도 잡았다.

지난해 초에 끝난 AFC U-23 챔피언십과 9월 초에 끝난 아시안게임에서는 각각 준우승과 4강 신화를 썼다.

이어 지난해 11∼12월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동남아시아 최강자임을 과시했다.

올해 1월 개최된 AFC 아시안컵에서는 2007년 이후 12년 만에 8강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