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프로포폴 동반 투약 후 혼자 살아남은 여친 입건…이들에게 무슨 일이

입력 2019-04-08 22:35


지난해 경기도 부천 한 모텔에서 프로포폴 등 약물 투약 흔적을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30대 남성과 관련해 경찰이 사건 당시 이 남성과 함께 있던 여자친구를 입건했다.

8일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 30분께 부천 한 모텔에서 A(30)씨가 숨져 있는 것을 간호조무사인 여자친구 B(31)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오른쪽 팔에서는 두 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으며 모텔 내부에서는 빈 약물 병 여러 개가 발견됐다.

A씨는 부검결과 마취제인 프로포폴과 리도카인,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확인됐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B씨는 약물검사 결과 치료농도 이하의 해당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서 "A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B씨를 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휴대전화에서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들어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이어 B씨가 A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약한 반면 자신에게는 치료농도 이하의 약물을 투약한 점을 들어 A씨가 타살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개인 사정으로 진 빚을 갚는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여러 정황을 종합했을 때 B씨가 A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유족 역시 B씨가 A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수사를 관계 당국에 촉구하는 글을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렸다.

자신을 이 남성의 누나라고 밝힌 글쓴이는 청원 글에서 "B씨는 남동생이 금전적으로 힘들다며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했고 사건 일주일 전 극단적 선택을 약속하고 의약품들을 준비해 실행했다고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이어 "본인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링거로 투약했지만, 링거 바늘이 빠져서 중간에 깨어났으며 이후 (119에) 신고했다는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그녀는 "남동생 친구들에 따르면 B씨는 남동생과 크게 싸우며 다툼이 잦았으며 3년 된 동거남이 있고 결혼까지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B씨는 평소 피로 해소에 좋다며 약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약하고 남동생의 친구들에게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남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관계 당국에 요청했다.

이 청원글은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6천510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