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때문에 '지구의 허파' 아마존 위험 빠져

입력 2019-03-31 08:28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지구촌의 허파'인 아마존 열대우림이 위험에 빠졌다.

중국이 수입하던 미국산 대두(메주콩)가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아 브라질산으로 고스란히 대체되며 빚어진 우려다.

때마침 브라질에서는 원시림 개발을 공약으로 내건 정권이 출범해 아마존의 황폐화 위험은 더욱 증폭됐다.

리처드 퓨크스를 비롯한 독일, 영국 연구진은 31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한 보고서 '미중 무역전쟁이 아마존에 재앙을 부르는 이유'를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은 작년부터 중국과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대두에 25% 관세를 물린 뒤 바로 브라질로 눈을 돌렸다.

작년 말 현재 브라질산 대두는 중국 전체 대두 수입량의 75%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감소한 미국산 대두의 수입량을 브라질산이 고스란히 대체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변화는 아마존 보존론자들에게는 매우 불길한 조짐으로 다가온다.

대두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경작지를 마련하기 위한 삼림파괴가 기승을 부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두 수입을 둘러싼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시림 파괴 우려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현재 중국은 대두 수입을 브라질, 미국, 아르헨티나 등 3개국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나머지 94개국을 더한 것보다 많은 대두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연구진은 중국의 대두 부족분이 미칠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우려를 완화하지 못했다.

부족분 전체를 브라질이 공급할 경우에는 브라질에 1천290만㏊의 추가 경작지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나눠 공급할 때도 570만㏊의 경작지가 더 있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대두 부족분을 자체적으로 메우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로 평가됐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은 그리스 면적과 비슷한 1천300만㏊의 밭을 새로 일궈 생산량을 지금보다 3배 늘려야 한다.

결국 보고서는 브라질이 생산량을 상당한 수준으로 늘리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고 진단했다.

브라질의 경작지 수요와 아마존 파괴 우려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신임 브라질 대통령 때문에 더 커진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역경제 활성화, 투자유치, 고용촉진을 위해 아마존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이미 올해 1월 아마존 원주민들이 토지에 대해 보유한 권한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 우림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비롯해 다리, 수력발전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고서는 무역전쟁이 아니더라도 대두로 인한 아마존 훼손 위험은 중국 때문에 점점 커진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두 수입은 2000년 이후 아르헨티나에서 200%, 미국에서 700%, 브라질에서 2천%나 급증했다.

보고서는 가축 사료와 바이오에너지를 위한 중국의 대두 수요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그에 따라 브라질 안팎에서 대두 생산량 증대, 원시림 개간을 위한 동력은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그런 추세를 반기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된 작년 10월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브라질 지수는 무려 35%나 치솟았다.

보고서는 아마존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 기후변화를 막는 '지구의 허파'일 뿐만 아니라 세계 생물 다양성의 보물창고라는 점을 고려해 권고까지 제시했다.

연구진은 미국과 중국이 아마존에 끼칠 무역전쟁의 악영향을 인정하고 대두 관세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에는 브라질을 벗어나 대두 수입국을 다양화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막바지 협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협상의제 가운데는 아마존에 변수가 될 일부 관세의 철회나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확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합의가 언제 도출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