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중국의 급속한 고령화 탓에 중국은 영원히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이 제시됐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의 인구 전문가 이푸셴은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중국이 2010년 일본의 경제 규모를 추월해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자 많은 전문가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여겼다. 일부에서는 2030년 이전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인구 구조상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빨리 늙고 있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이푸셴은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젊은 층 인구가 많을수록 경제는 활기를 띠고 성장률이 올라가지만, 반대로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성장률이 내려간다.
대표적인 예로는 일본을 들 수 있다.
1950년대 일본의 중위 연령은 22세로, 30세인 미국보다 훨씬 낮았다. 일본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했고, 1960년대 미국의 8%에 지나지 않았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95년 71%까지 커졌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1951년부터 2017년까지 일본의 출산율은 1.77명에 그쳐 미국의 2.33명보다 상당히 낮았다. 일본은 급속한 노령화의 길로 접어들었고, 1992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이 미국을 넘어섰다.
그 결과 1992년부터 일본의 성장률은 미국에 뒤처졌고, 한때 미국 GDP의 71%까지 커졌던 경제 규모는 지난해 미국의 24%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러한 성장 궤적은 한국에서도 발견된다.
1960년대 한국의 중위 연령은 20세로 미국의 30세보다 훨씬 낮았다. 이후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명목 GDP가 1960년 미국의 0.7% 수준에서 2011년 7.8%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2001∼2018년 출산율이 1.18명에 그친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성장동력이 떨어지면서 미국 대비 경제 규모는 2011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중국도 40년 동안 이어진 '한 자녀 정책'의 영향 등으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1980년대 중국의 중위 연령은 22세로 미국보다 훨씬 낮았지만, 2014년에는 38세로 미국보다 높아졌다. 앞으로는 더 심각해져 2033년 47세, 2050년 56세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에 미국의 중위 연령은 2033년 41세, 2055년 44세로 중국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의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2011년 9.5%였던 성장률이 지난해 6.6%로 떨어진 데 이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미국보다 높아지는 2033년에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2.2%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 결과 1980년 7%, 2011년 49%, 지난해 66%로 급속히 높아진 미국 대비 중국의 GDP 비중은 2033년 84%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할 전망이다.
이푸셴은 "중국의 현재 1인당 명목 GDP는 미국의 6분의 1 수준으로, 일본은 1960년, 대만은 1978년, 한국은 1986년에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이후 세 나라는 수십 년 동안 평균 7∼8%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경제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2030년대까지 6%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야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이미 6.6%로 하락한 상황에서 과연 이러한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