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사퇴‥"재개발 상가 매입 아내 결정‥모두 제 탓"

입력 2019-03-29 11:34
수정 2019-03-29 17:08


'흑석동 재개발 상가 매입' 논란을 빚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오늘(29일) 사퇴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른다"며 "돌이켜보면 저 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기자들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고 쏘아붙이기 일쑤였으니 말"이라며 "걸핏하면 설전이 벌어졌다고 묘사하는 기사도 있었다. 불친절을 넘어서 강퍅하기 그지없는 대변인이었다"며 지난 대변인 시절을 소회했습니다.

이어 "춘추관에 나와 있는 여러분이 싫어서는 결코 아니다.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려고 했던 건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였다"며 "하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선 말들이 튀어나왔다. 다 제 미숙함 때문이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 정치적인 문제는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에 타협하고 절충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다르다.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고, 우리가 사는 터전의 평화 번영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실 하노이 회담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자칫 어그러질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겁이 난다"며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기 바란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한번만 더 생각하고 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습니다.

또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있어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다"며 "여러분은 젊지 않습니까. 내일의 주인공은 여러분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9.13대책 등 투기와의 전쟁을 벌일 당시 흑석동 재개발 상가를 25억 7천만원에 매입해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추가 설명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어제 여러분들 앞에서 해명을 하면서도 착잡했다. 여러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함과 석연찮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니 다 좋은데, 기자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던 거야? 그런 의문이겠죠"라고 했습니다.

그는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며 "'네, 몰랐습니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 또한 다 제 탓"이라며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거다. 궁금한 점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러분들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했는데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란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며 농담을 건넸습니다.

끝으로 "평소 브리핑 때 여러분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이렇게라도 풀고 갑니다. 건승하십시오. 멀리서도 여러분의 기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