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약가인하…벼랑 끝 내몰린 중소제약사

입력 2019-03-27 17:16
<앵커>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무분별한 복제약(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7년만에 복제약 약값을 낮추기로 했습니다.

복제약 개발을 위한 제약사의 노력 여부에 따라 약가를 다르게 책정하겠단 건데요, 충분한 투자나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 복제약 중심의 중소제약사들은 '퇴출'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전민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부가 2012년 일괄약가인하 시행 이후 7년만에 복제약 약가제도 손질에 나선 것은 지난해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발사르탄 사태' 때문입니다.

높은 가격 구조에 위탁·공동 생동성 시험 허용으로 진입장벽 마저 낮아 복제약이 난립했고, 이것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겁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간의 효능이 같다는 것을 입증하는 생동성 시험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지금과 같이 오리지널약의 53.55%의 약가를 보전해주고, 그렇지 못할 경우 39% 수준까지 가격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특히 건강보험에 21번째 등록되는 복제약부터는 기준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순번이 늦어질 때마다 직전 순번의 85%로 가격이 매겨져 점점 낮은 약값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지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시판 중인 복제약의 경우 3년의 준비기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직접 생산'을 요건 항목에 넣지 않기로 한데다, 계단식 약가제도 재부활로 약가인하 효과도 적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악은 피했다"는 게 제약업계의 중론입니다.

<인터뷰>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

"문제됐던 (발사르탄 고혈압약) 단일제제 130개 품목을 분석해보니 실질적으로 약가인하가 되는 건 2.8%였다. 제네릭시장에 미치는 약가인하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 같다. (당초) 정책적 목표로 잡았던 게 건보재정 절감이나 약가 인하가 아니고 제네릭 난립을 방지하고..."

하지만 위탁·공동 생동성 시험으로 허가받은 복제약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제약사의 경우 매출 급감에 따른 경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제네릭을 통해 수익구조를 만들어 신약개발, R&D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선순환구조인데, 제네릭에서 그런 부분이 무너진다면 제약산업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소규모 제약사의 경우 '존폐 위기'에 몰리면서 이번 약가제도 개편이 제약업 구조조정의 촉매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