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반대" 英 역사상 최대 규모 집회

입력 2019-03-24 16:56
영국 수도 런던에서는 주말인 23일(현지시간) 100만명 이상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유럽연합(EU) 탈퇴 반대와 제2 국민투표 개최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정치권에서 브렉시트 이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국가적 혼란이 가중되자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의회광장에 모여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집회를 한 뒤 도심에서 행진했다.

시민들은 '시민에게 맡겨라'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며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영국과 유럽 대륙 간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팻말과 EU 깃발을 치켜든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노동당의 톰 왓슨 부대표와 빈스 케이블 자유민주당 대표, 사디크 칸 런던시장,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등 브렉시트에 반대해온 정치인들도 동참했다.

경찰은 이날 자체 추산한 집회 참가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제2 국민투표 지지단체 등은 약 100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집회 참가자를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하면서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주최 측은 심지어 2003년 2월 이라크전 반대 집회를 넘어서는 규모라고 주장했다.

케이블 대표는 "계층과 연령을 떠나 전국 각지에서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었다"면서 "2016년도 1차 국민투표 때 불참했던 젊은 유권자들의 90는 EU 잔류 쪽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정치인들은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정치력 부재로 영국이 난국에 빠졌다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노동당 왓슨 부대표는 "테리사 메이 총리는 자신이 영국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고 말한다. 하지만 총리님, 창문 밖을 보시라. 커튼을 젖히고 TV를 켜라. 그리고 오늘 여기 모인 엄청난 인파를 보시라"라면서 "당신은 우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스터전 수반도 "메이 총리의 나쁜 '딜'이 야기하는 손실과 '노 딜'의 재앙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회 청원 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브렉시트 취소 청원에는 이날 현재 서명자 수가 470만 명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 의회에서 주관한 청원 중 가장 인기 있는 청원"이라고 전했다.

이전에 최다 서명자 수를 기록한 것 역시 2016년 진행된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관련 청원으로, 당시 415만262명이 서명한 바 있다.

청원 서명자 수가 10만명이 넘어서면 의회는 이를 논의할지를 검토해야 한다.

앞서 배우 휴 그랜트와 과학자 브라이언 콕스 등 각계 유명 인사들도 청원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EU와 영국은 전날 EU 정상회의에서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면 오는 5월 22일 양측 합의에 따라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합의했다.

또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오는 4월 12일 이전에 영국의 차기 유럽의회 선거(5월 23∼26일)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결정하면 브렉시트를 더 오래 연기하고, 불참할 경우 아무런 합의 없이 4월 12일에 EU를 탈퇴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