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주총 ‘勝’…투기자본이 남긴 후유증

입력 2019-03-22 17:18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의 공세에 대한 표대결은 싱겁게 마무리 됐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여전한데다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차이가 있는 기업들의 소유·지배구조를 감안하면 각계에 던지는 화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어서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엘리엇의 펀치는 무뎠고 주총 방어전은 현대차의 싱거운 승리로 일단락됐습니다.

순환출자·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하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추진했지만 외국계 헤지펀드에 발목을 잡혔던 지난해의 상황을 만회한 셈입니다.

잠시 숨고르기에 돌입했지만 상법개정안 등 정부의 재벌개혁 행보에 재계는 엘리엇 결과에 내심 안도하면서도 제 2·제 3의 엘리엇, 소버린 리스크를 꼽으며 재차 묵직한 돌직구를 날립니다.

<인터뷰> 재계 고위 관계자

“대주주 경영권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이렇게 되면 소액주주 보호보다 한국 기업들 외국투기자본 놀이터가 돼 국부 유출 자명해 진다“

지난 99년 타이거펀드를 필두로 지난 20년간 사례와 이번 엘리엇에서 보듯 현재 경영권방어 수단 도입이 시급하지만 그 때만 반짝할 뿐 경영권방어 이슈는 언제나 외면받기 일쑤였습니다.

불필요한 공방에 따른 비용과 시간, 투자여력 감소 등 경영은 물론 미래먹거리 차질까지, 기업이 치를 대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을 계기로 방어를 위한 제도·정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유정주 한경연 기업혁신팀장

“헤지펀드 기업경영에 점차 적극적인 개입 시작했고 부작용 나타나고 있다. 간섭 시작하면 우리기업 미래 성장 동력까지 저해할 우려 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이번 현대차 등 주주·의결기관들은 일단 기업의 손을 들어줬지만 기업들 역시 낮은 투명성과 복잡한 소유구조 등 외부에 빌미가 된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재계서열 1·2위 모두 외부에 휘둘릴 정도로 지배구조가 글로벌스탠다드와 여전히 차이가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 삼아 변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합니다.

<인터뷰> B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이뤄지고, 의결권, 기업 지배구조 왜곡된 부분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지배구조가 주주에게 이익되는 방향으로 가야..”

급한 불은 껐지만 엘리엇이 3% 지분으로 두 자릿수 대 지지를 확인한 만큼 손실 만회를 위한 반격의 여지가 남아 있고 투기자본의 공세와 경영참여 시도는 더욱 거세지는 상황.

정부의 일방통행식 개혁 행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인 소유·지배구조 취약성의 단면이 된 엘리엇 사태는 각게에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는 아픈 교훈을 재차 각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