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오늘(21일) "우리 정부는 과거의 금융관행을 벗어나 미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혁신금융’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금융'이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한다"며 "'금융'이 '혁신'을 든든히 받쳐주고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밝힌 혁신금융 추진 방안을 보면 △'은행여신시스템' 전면 혁신, △혁신기업에 모험자본 공급, △셋째,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자금 공급 등 크게 세가지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스타트업, 유니콘, 상장사 등 혁신성장의 주역인 기업인들과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VC 등 금융업계 종사자들, 정당, 정부 주요 인사 등 11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정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박원주 특허청장이 자리한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김수현 정책실장과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종원 경제수석이 함께 하고 유관 기관 참석자로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사장 등이 자리했습니다.
이날 본 행사에 앞서 문 대통령은 기업은행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현장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경청하고, 관련 부처에 정책에 반영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본 행사 이후 대표적인 혁신·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본인들의 금융이용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금융 추진방향에 대해 제언하고,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주요 정책담당자들이 답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아래는 <문재인 대통령, 혁신금융 비전선포식 연설문> 전문입니다.
금융인, 기업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1879년 12월 31일 밤, 미국 뉴저지에 290개의 전등불이 켜졌습니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세상에 공개한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환호는 잠시, 에디슨은 금방 다른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제품 양산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이때 에디슨에게 길을 열어 준 것은 ‘아이디어와 기술’ 그 자체였습니다. 백열전구 기술 특허를 담보로, 대출과 투자를 받아 제너럴일렉트릭(GE)의 모태가 된 전기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혁신금융’의 최초 수혜자인 셈입니다. ‘혁신금융’이 없었다면,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백열전구를 보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아이디어가 경쟁력입니다. 아이디어만으로 도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이뤄져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습니다. ‘금융’이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금융’이 ‘혁신’을 든든히 받쳐주고 이끌어야 합니다.
‘제2벤처붐 확산’을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에 더해 도전을 응원하는 금융, 혁신을 장려하는 금융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지난 ‘제2벤처붐 확산전략’에 이어 ‘혁신금융의 비전’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날 금융은 국민 삶과 매우 가까워졌습니다. 과거에는 은행에 직접 가야 가능했던 일이 스마트폰 속 ‘내 손안의 은행’으로 해결됩니다.
그만큼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멀리 있습니다. 꿈과 아이디어,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창업기업들에게 은행의 문턱은 아직도 높습니다.
이미 세계 각국은 혁신금융에 박차를 가해 혁신?벤처산업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담보 없이 기업가치를 평가하거나 미래 성장성을 중시하여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애플과 아마존은 혁신금융의 도움으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의 여신 관행이 혁신 창업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담보가 충분한 대기업에 비해, 혁신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에게 금융의 문은 매우 좁습니다. ‘금융의 양극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양극화를 해소할 때 혁신도 빠르게 이뤄질 것입니다.
금융인, 기업인 여러분,
혁신금융이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맥입니다. 금융이라는 동맥이 잘 뚫려 있어야 혁신의 심장이 쉬지 않고 고동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과거의 금융관행을 벗어나 미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혁신금융’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새 시대에 맞는 ‘금융’으로 변화하고자 합니다.
첫째, ‘은행여신시스템’을 전면 혁신할 것입니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대표적인 혁신기업을 보면,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가치 보다 시장이 평가한 기업가치가 훨씬 큽니다. 기술력과 미래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도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이 아닌, 아이디어와 기술력 같은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야 합니다.
올해부터 ‘일괄담보제도’가 전면 시행됩니다. 기계, 재고, 매출채권과 같은 동산과 채권, 지적재산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을 포괄적으로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통합여신심사모형’도 구축할 것입니다.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통합하여 기술력이 있으면 신용등급이 높아지도록 하겠습니다.
기술력 있는 창업기업의 자금조달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책금융기관부터 도입하여 민간금융기관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향후 3년간 혁신·중소기업에 100조 원의 신규자금이 공급되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특허출원 건수가 세계 4위일 정도로 혁신성이 강한 나라입니다. 혁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도 매우 민감합니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은행에서 제대로 평가받아 사업화된다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은행여신시스템’ 개혁이 혁신을 가속화 해줄 것입니다.
둘째, 혁신기업에 충분한 모험자본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바이오산업 등 혁신업종에 수익성과 원천기술, 미래 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반영한 차별화된 상장기준을 마련하여, 코스닥 상장의 문을 획기적으로 넓히겠습니다.
과거 전통 제조업 기준으로 마련된 심사기준 때문에 거래소 상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혁신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대거 진입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난 3년간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바이오와 4차산업 기업 수가 38개였는데, 앞으로 3년간 80개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속이전 상장제도’ 대상도 확대됩니다.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으로 신속하게 도약할 수 있도록, 상장 심사기준을 완화할 것입니다. 작년에 1개에 불과했던 신속이전 상장기업이 2022년에는 30개로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앞으로 5년간 12조 원으로 규모가 늘어날 ‘성장지원펀드’의 운영방식도 개편하여, 혁신기업에 충분한 자금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혁신위험을 인수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투자 자율성을 높이고,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혁신·벤처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민간 모험자본의 공급도 확대되도록 할 것입니다.
아울러,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중장기적으로 거래세와 자본이득세 간 역할조정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자본시장 세제도 모험자본 투자에 도움이 되도록 개편할 것입니다. ‘규제입증책임 전환제도’를 통해 모험자본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금융규제도 과감히 걷어내겠습니다.
셋째,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겠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에 대한 선제적 지원은 중소·중견기업을 고도화하고, R&D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향후 3년간 주력산업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12조5천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겠습니다. 최대 15년 만기의 초장기자금을 공급하여,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신규 일자리 4만 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현재 1조 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도 5조 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입니다. 관광, 보건의료, 콘텐츠, 물류 등 유망서비스산업에 대해서도 향후 5년간 60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하여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한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향후 5년간 13만 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합니다.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패가 있을 수 있고, 금융기관의 손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금융감독 방식을 혁신 친화적으로 개선할 것입니다. 금융회사가 혁신산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해당 임직원의 고의, 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면책하겠습니다.
금융인, 기업인 여러분,
그간 금융에 대해 “햇볕날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올 때 우산을 걷어간다”는 뼈아픈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비올 때 우산이 되어주는 따뜻한 금융”이 되고, 한 걸음 더 나가, “비구름 너머에 있는 미래의 햇살까지도 볼 수 있는 혁신금융”이 되길 기대합니다.
여기 계신 금융인 여러분께서 혁신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이미 금융인 여러분은 은행권의 결제시스템을 개방하고,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벤처·중소기업인 여러분도 금융업계의 노력에 화답하여 혁신에 더욱 앞장서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정부도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책금융을 통한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는 등 금융과 기업인의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특히, 혁신금융이 지속적인 동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합동 TF’를 신설하여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여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기재위원장, 정무위 위원장과 위원님이 함께 하고 계십니다. 입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잘 협의하여 뒷받침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금융인, 기업인, 국회와 정부가 한마음으로 ‘혁신금융’이 ‘혁신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 나갑시다. 국민들께서도 함께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