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거절 '공포'...상장사 상폐 '전전긍긍'

입력 2019-03-21 11:02
수정 2019-08-12 17:31
<앵커>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감사의견 거절 의견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주주총회의 막바지인 3월말이 다가오면서 감사의견 거절에 대해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증권부 김원규 기자와 관련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최근 코스닥 기업들의 상장폐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요?

<기자>

최근 케어젠과 라이트론, KD건설, 크로바하이텍까지 총 4개의 코스닥 기업이 감사의견 거절 혹은 비적정 통보를 받았습니다.

코스닥시장상장규정 제38조에 따르면 감사의견 비적정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이같은 사유로 상장폐지가 빈번했던 만큼 투자자 피해는 물론, 관련 기업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폐지된 코스닥 상장사 34개사 중 약 1/3인 12곳이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상장폐지된 바 있습니다.

일정상 2~3월 회계감사를 받고 3월말 정기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내야 합니다.

이달 29일 주주총회가 대거 몰려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7일 전인 내일(22일)이 기업 운명을 좌지우지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입니다.

<앵커>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사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이른바 '외감법'과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외감법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을 높여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올해 처음 도입됐습니다.

개정된 외감법에 따르면 분식회계 적발 시 감사인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는 5~7년에서 10년 이하로 늘었습니다.

벌금도 5000만~7000만원에서 부당이득의 최대 3배 이하까지 증가했으며 회계사 상대 손해배상소송 시효도 3년에서 8년으로 연장됐습니다.

앞서 라이트론이 다수의 증권사가 긍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냈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게 된 대목이기도 합니다.

부실 기업을 미리 차단하겠다고 관련 정책이 도입됐지만 도리어 더욱 철저해진 감사로 상장사들은 역풍을 받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이 내린 조치가 따로 있나요?

<기자>

금융위원회는 상장사들의 부담을 해소하고자 어제(20일) 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금융위는 감사의견 비적정 의견을 받은 후 요구받았던 재감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감사의견 비정적을 받으면 곧바로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됐던 것과 달리, 감사의견 기준이 차기년도, 즉 2년까지 확대됩니다.

아울러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감사를 받아 감사의견을 수정하는 것도 허용되고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기 위한 개선 기간도 6개월에서 1년 연장됩니다.

<앵커>

상장사들은 한숨 돌릴 수 있는 소식입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사는 곧바로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현 제도는 그대로 유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상장폐지라는 최악은 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많게는 2년간, 투자한 주식의 거래가 제한되는 만큼 추가 방안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거래가 정지된 상장사들 모두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 기업으로 투자자 피해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앵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하기 전부터 투자할 기업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네요?

<기자>

당장 감사의견에 문제가 없지만 한국거래소 규정상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는 기업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5년 연속 영업손실은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금융당국이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제약·바이오 기업을 제외하고,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도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코스닥 기업은 에이치엘비, 케이엠더블유, 한프, 조이맥스, 데브시스터즈, 큐로컴 등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증권부 김원규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