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시장 친화적인 움직임에도 뉴욕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20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1.70포인트(0.55%) 하락한 25,745.6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8.34포인트(0.29%) 내린 2,824.23에 마감했다. 다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02포인트(0.07%) 강보합세를 지켰다.
연준이 시장의 눈높이를 뛰어넘는 우호적인 정책을 쏟아낸 것을 감안하면 '예상 밖' 움직임으로 읽힌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9~20일 이틀간 정례회의를 거쳐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별도의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연내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점도표란 FOMC 위원 개개인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분포도로 정리한 일종의 설문조사다.
또다른 긴축 정책인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 이른바 '양적 긴축'(QT)에 대해선 오는 9월 말 종료하겠다는 스케줄을 내놨다.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고 시장의 달러화를 흡수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는 '양대 긴축카드'를 모두 접겠다는 뜻이다.
'연준발(發) 호재'에 뉴욕증시는 장중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하락세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기조를 강화한 배경이 경기둔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오히려 시장의 부담을 키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0%에서 1.9%로 낮춰잡았다.
경제매체 CNBC방송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라'는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춘 셈이지만, 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경기둔화를 우려하면서 금리를 동결한 것은 결코 시장에 호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 일각에선 미·중 무역갈등 우려가 부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합의 내용을 준수할 것이라는 걸 담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기존에 부과된 관세는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관세 철폐'에 주력하는 중국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채권시장은 초강세를 보였다. 채권값은 채권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0.08%포인트가량 급락하면서 2.53% 선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월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0.07%포인트 안팎 밀리면서 2.40%선으로 하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