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투기펀드..."전략·기술 유출 우려"

입력 2019-03-18 17:14
<앵커>

이렇게 늘어나는 투기성 펀드들의 목표와 방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을 위한 재무적 목표 뿐만 아니라 해당기업의 전략이나 기술과 같은 비재무적 자산까지 노리면서 기업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배성재 기자입니다.

<기자>

주주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주주 행동주의.

최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의 한진그룹 경영권 개입 시도 등은 총수 일가의 '갑질' 이슈와 맞물려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의 사례에서 확인했듯 상당수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적이 기업의 성장을 통한 장기적인 이익이 아닌 단기간의 시세차익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실제로 기업의 경영간섭에 나서는 초반에는 70%에 가까운 행동주의 펀드들이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절반 가량이 그 입장을 바꾼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최근엔 현대자동차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수소업계 경쟁사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젠 기업의 사업 경쟁력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인터뷰> 유정주 한경연 팀장

"향후 기업이 가진 주요 자산, 특히 무채재산권, 특허나 상표, 저작권에 대한 처분과 운용에 대해서도 간섭할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향후 우리 기업의 성장 동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 행동주의 펀드와의 막대한 위임장 대결 비용은 기업의 투자여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시가총액 100억 달러 이상의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와 위임장 대결을 펼칠 경우, 기업 측의 비용이 2배 가량 더 많이 든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사모펀드에게는 경영 참여를 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을 취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가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고 현금은 많으며 배당은 적은 기업으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30%미만이고, 배당성향은 15% 미만인 기업인 SK하이닉스와 NAVER, 넷마블, 카카오 등을 행동주의 펀드에 취약한 기업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목표가 단기 시세차익에서 기업이 보유한 지적자산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적지 않은 국내 상장사가 이들의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