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주총 시즌'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이번 주총에는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올린 상장사들이 많아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만큼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인데요.
증권부 방서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방 기자,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주총 시즌, 얼마나 많은 기업들의 주총이 예정돼 있나요?
<기자>
네 당장 오늘(14일)부터 이달까지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기업은 총 1,700여 곳에 달합니다.
코스피 기업이 680곳, 코스닥 기업은 1천곳이 포함돼 있고요.
특히 주총 마감 시한을 한주 앞둔 금요일인 22일에는 코스피 상장사 200곳이 한꺼번에 주총을 개최하는 만큼 이른바 '슈퍼 주총위크'의 포문을 연다고 볼 수 있는데요.
치열한 표 대결이 전망되는 상장사들의 주총도 이날을 전후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주총 시즌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기자>
올해 주총 시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주주들과 경영진 간에 벌어질 대결 구도입니다.
적지 않은 상장사들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주주환원과 관련된 내용으로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발언권을 키우고 있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특히 국민연금은 어제 기준으로 오는 20일까지 주주총회를 여는 기업 중 23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공시했는데,
벌써 절반에 가까운 11개 기업의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면서 주총 거수기로 불렸던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보다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대표적으로 몇몇 기업들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오너가 갑질 논란에 휩싸인 한진그룹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어떤 시나리오가 예상되나요?
<기자>
우선 27일로 예정된 대한항공 주총에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대한항공은 이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일반주주들까지 찾아 위임장 작성을 요청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지만 큰 손인 국민연금은 물론 시민사회까지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참여연대는 지난주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표 대결을 벌이는 프록시 파이트를 전개하겠다고 적극적인 저지 의사를 피력한 상태고요.
조양호 회장이 연임되려면 최대 34%의 우호지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만큼 11.56%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의견 행사 여부가 운명을 가를 전망입니다.
아직 주총일이 결정되지 않은 한진칼 주총은 대한항공 주총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공산이 큽니다.
지분 12.01%로 한진칼의 2대 주주에 오른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의 대표 연임 반대를 비롯해 이사진 경영 감시 강화를 위한 주주제안을 내놓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3대 주주 국민연금까지 한진칼의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로 바꾼 만큼 양측이 연대할 경우 특수관계인 지분과의 차이가 10%대로 좁혀지기 때문에 역시 국민연금이 어떤 의견을 행사할 지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오늘이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오전에 긴급 회의를 열고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비롯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 중인데요.
기존에 국민연금이 공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린 결과고요.
투자위원회가 결정하기 곤란한 사안에 대해서는 바로 이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의안의 행사 방향을 결정하게 돼 있는 만큼 얼마나 중대한 사안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앵커>
또 눈 여겨 볼 만한 기업들은 어떤 곳이 있을까요?
<기자>
해외 헤지펀드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현대차, 그리고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주총을 여는 삼성전자가 있습니다.
오는 22일 열리는 현대차 주총은 해외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고배당 요구로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엘리엇은 지난 1월 현대차 연간 당기순이익의 3배에 해당하는 4조5천억원을 배당하라는 주주제안을 보낸 바 있습니다.
자본시장에선 이 제안을 거부한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지만 아직 입장을 내지 않은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과 외국인 투자자의 의중이 변수로 거론됩니다.
오늘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현대차에 대해서도 의안 행사 방향을 논의 중입니다.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총은 내용 못지 않게 형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액면분할 이후 실질주주가 5배 가량 급증하면서 유례없이 많은 주주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실적 부진과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성토가 예상되는 가운데 SK나 한화, 신세계 등 전자투표를 도입한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오프라인 주총을 고수하면서 원활한 진행에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