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주혁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또 한 번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10회는 병상에서 "저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한 나이든 혜자(김혜자)의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돼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남주혁은 이날 후반부에는 요양원에서부터 혜자를 담당한 의사 김상현으로 등장했다. 의료 용어를 쏟아낸 그는 기자 지망생ㆍ효자 홍보관의 준하와는 전혀 딴판인 모습이었다. 준하는 오간 데 없고, 익숙하지만 다른 새로운 캐릭터인 의사가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는데 일조했다.
남주혁은 '1인 다역' 팔색조 매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의사 역할에 어울렸다. 김상현은 30초 남짓 등장했으나 잘 차려입은 옷과 신뢰감 가는 목소리로 대중의 관심을 유발했다. 과연 준하가 혜자의 머릿속 상상의 인물인지, 김상현의 존재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남주혁은 탄탄대로 같았으나 일순간 와장창 무너져내린 현실의 벽 앞에서 시간을 포기한 듯한 청춘 준하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호평받았다. 특히 남주혁의 공감 가는 연기 덕 준하의 삶이 '짠내'나다 못해 '소금길' '염전길'이라고 슬퍼하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에서도 기자의 꿈을 포기하고 홍보관에서 일하면서 샤넬 할머니(정영숙)를 만나게 된 사연부터, 아닌 척했으나 실은 스물다섯 혜자(한지민)를 너무나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애잔한 마음을 전했다.
할머니를 여의고 혜자마저 사라져 막막한 준하를 다독여준 샤넬의 상주 역할을 한 뒤, 주저앉아 오열한 장면은 안방을 가슴 먹먹할 정도로 적셨다. 남주혁의 눈물과 비스듬히 누운 자세만으로 모두가 동요됐다. 또 포장마차에서 나이든 혜자가 "(젊은) 혜자가 밉지 않아?"라고 묻자 준하가 "그리워하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괜찮아요. 그리고 받은 게 많아요. 내 인생을 끌어안고 울어준 사람이 처음이었어요"라고 나긋하게 전한 말도 진심이 느껴졌다.
감수성 가득한 눈빛과 다채로운 표정, 복잡다단하지만 세심한 감정 표현 등 여러모로 남주혁의 연기가 울림을 주고 있다. 종영까지 2회를 남겨둔 '눈이 부시게'. 남주혁의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꽃길이 펼쳐질지 궁금증이 커진다.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그린다. 매주 월, 화 밤 9시 3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