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동산 시장도 주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런던 사무실 등에 투자하며 큰 손으로 떠오른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손을 털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미 가지고 있는 물량을 팔아치우지 못한 증권사들의 리스크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방서후 기자입니다.
<기자>
KB증권은 최근 런던 카나리워프 오피스 인수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카나리워프는 각종 금융기관이 몰린 런던 금융 중심지로, 이 곳에서 KB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S) 영국 본사 빌딩을 매입할 요량으로 협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매입 규모만 약 7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딜로, 이 가운데 KB증권은 2천억원의 에쿼티를 투입하고 나머지는 현지 대출로 조달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 여파 우려로 영국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투자를 단행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다른 증권사 역시 미국 부동산 회사 하인즈와 함께 인수하려던 2천억원 규모의 런던 캐논스트리트 빌딩 투자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밖에 적어도 5곳 내외의 기관이 1분기에는 영국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에서 큰 손으로 부상한 한국 투자자들이 연이어 투자 계획을 접자 부동산 거래도 급감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런던에서만 약 4조원의 부동산을 사들였습니다. 이는 전체 외국인 투자자 중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올 들어 분위기는 반전됐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1분기 기준 런던에서는 지난 5년 평균 대비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7,800억원 규모의 거래만이 성사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다른 기관에 셀다운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한국 증권사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습니다.
런던 금융 중심지 알짜 매물을 포기한 KB증권의 경우 실제로 지난해 인수한 샤프츠버리 애비뉴 빌딩을 아직 셀다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수의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기관들의 셀다운 적체 물량이 적지 않다"며 "금리와 통화 등 금융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한국 투자자들의 영국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