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 내달 시행…10년전 실패 재현되나

입력 2019-02-26 17:19
수정 2019-02-26 16:41
<앵커>

집값 하락세가 심상찮은데 정부는 다음달부터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대폭 늘리고 나섰습니다.

집값의 고삐를 더 바짝 죄겠다는 건데, 일각에선 10년 전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전효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주 아파트 분양원가 공시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늘리는 개정안을 논란 끝에 통과시켰습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이번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로 아파트 분양가격에 낀 거품을 걷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계 반응은 차갑습니다.

분양가를 일시적으로 끌어내릴 수는 있겠지만 건설사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켜 장기적으론 주택공급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분양원가 공개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첫 도입됐는데, 정책 시행 후 수년간 주택분양물량이 크게 줄며 주택수급 불안을 초래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이번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 정책이 과거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뷰> 국토부 관계자

"국민의 알권리가 시민단체를 통해 많이 요구되고 있고…공공택지에 적용하는 부분은 (공개항목이) 61개가 62개로 나뉘었고요, 이전(2007년)에 한 것과 똑같습니다.

통상적으로 주택 가격은 주변시세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분양할 경우 주변 시세를 따라 집값이 폭등하는 일명 '로또아파트'를 쏟아낼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한편 이번 분양원가 공개 확대 조치가 시장경제 논리와는 대치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술개발 비용 등 무형의 비용을 어디까지 원가로 볼지 기준도 없고, 법적으로도 기업에게 원가공개를 강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대한주택협회 관계자

"원가라는 것 자체가 일괄적으로 규제를 하게 되면 자율적으로 어떤 업체는 신기술 개발이나 이런 것으로 원가를 낮추는 업체가 있는 반면에, 규제로 인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원가를 낮추는 업체도 있는데 똑같이 매도가 된다는 것이죠. 건설사들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10여년 전 분양원가 공개가 시행되기 전부터 '기업의 자율성 침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았고, 결국 정부는 공개 항목을 다시 대폭 줄이는 등 갈짓자 정책으로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정부가 집값 잡기 일환으로 "분양가 거품을 걷어내겠다"며 분양원가 공개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한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