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지구상 가장 큰 꿀벌 종(種)인 '월리스 거인 꿀벌'(Wallace's giant bee)의 살아있는 개체가 인도네시아의 한 섬에서 38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미와 호주 생물학자들로 구성된 탐사팀은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술라웨시섬과 뉴기니섬 사이에 위치)의 한 섬에서 암컷 월리스 거인 꿀벌 1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이 거대 꿀벌은 지상 2m 높이의 흰개미 집을 둥지로 삼고 있었다.
1858년 인도네시아 바칸섬에서 처음 이 종을 발견한 영국인 탐험가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의 이름을 따 명명된 이 거대 꿀벌은 암컷의 경우 다 자라면 몸길이가 최대 4㎝, 날개 길이는 6.35㎝에 이른다.
월리스는 이 꿀벌을 "사슴벌레처럼 큰 턱을 가진 말벌 모양의 크고 검은 곤충"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큰 몸집 이외에 생애주기 등 다른 특징들은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1981년 미국 곤충학자 애덤 메서가 인도네시아의 한 섬에서 다시 3마리를 추가로 발견할 때까지 오랜 기간 다른 학자들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이후 지금까지 추가로 확인된 생존 개체가 없어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표본 형태의 죽은 꿀벌 2마리가 이베이에서 거래된 적은 있다.
곤충 전문 사진작가인 클레이 볼트는 "존재 자체가 불확실했던 곤충계의 '날아다니는 불도그'를 직접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살아 있는 개체를 보니 이 꿀벌이 얼마나 아름답고 큰지 알겠다. 내 머리 옆을 날아갈 때 거대한 날개에서 나는 소리는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감탄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월리스 거인 꿀벌 암컷이 발견된 곳에서 다른 개체를 찾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학자들은 아직 인도네시아 섬들이 이 거대 꿀벌의 서식에 적합하다는 점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삼림 벌채 등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또 거대한 몸집과 희귀성 때문에 수집가들이 이 꿀벌을 탐낸다는 점과 인도네시아에 아직 월리스 거인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없다는 점도 학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잃어버린 종(種) 찾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생물학자 로빈 무어는 "벌이 다시 발견됐다는 뉴스 자체가 큰 위험이지만, 부도덕한 수집가들은 이미 그 벌이 거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인도네시아 정부를 설득해 꿀벌 개체 및 서식지 보호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캡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