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갚으면 나머지 빚 탕감…도덕적 해이 논란

입력 2019-02-18 17:19
수정 2019-02-18 17:11
<앵커>

정부가 취약 차주의 빚을 최대 90%까지 탕감해주는 '특별감면 프로그램'을 도입합니다.

채무자가 3년간 성실히 빚을 갚으면 나머지 빚을 없애주는 식인데요.

이 같은 정책이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건 물론 채무자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박해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먼저, 정부는 기초수급자나 장애인 연금 수령자의 경우 최대 90%까지 빚을 탕감해 주기로 했습니다.

70세 이상 고령자 역시 3개월 이상 연체했을 경우 원금의 80%를, 1천500만 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 연체자는 70%를 감면해 주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700만 원의 빚을 진 월 소득 150만 원의 고령자가 3년간 다달이 4만 7천 원씩 납부하면 나머지 빚 530만 원을 모두 없애주는 식입니다.

연체 발생으로 신용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한 제도도 도입됩니다.

실업이나 폐업, 질병 등으로 돈을 갚기 어려우면 채무조정 신청을 통해 최대 6개월간 원금상환을 미룰 수 있습니다.

<인터뷰> 최준우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

"개인 채무조정 평균 감면율이 현행 29%에서 45%까지 확대되고 채무조정 실패율은 28.7%에서 25%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미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채무자들과 비교해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나아가 채무 상환 유예와 함께 연체정보 등록 중단에 따른 위험의 몫을 고스란히 금융사들이 떠안을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카드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카드만 있으면 되거든요. 연체가 되면 사용 정지가 되는데 (연체 정보가 없으면) 그 사이에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 못하죠. "

전문가들은 단순히 빚 탕감이라는 임시방편에서 벗어나 취약계층의 자활을 돕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 교수

"어렵게 진 빚을 다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나는 왜 다 갚아?'라고 생각한다거나. 부채를 성실하게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

이에 대해 금융위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요건을 두고 있다"라며 "연체자 재기를 위한 빚 감면은 장기적으로 금융회사에도 이익"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