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산이(본명 정산·34)의 불법촬영(몰카) 옹호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MBC가 "아티스트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MBC '킬빌: 타깃 빌보드' 제작진은 15일 시청자 게시판에 '정확한 사실과 경위에 대해 알려드린다'는 글을 올려 이같이 해명했다.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재차 확인한 결과, 논란이 된 문구는 화면 편집 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후속 화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이 측이 준비한 배경화면에는 'I♥몰카' 부분에 붉은 X자 표시가 돼 있었으나, 카메라 샷이 바뀌면서 X자가 표시된 화면이 방송 화면에 노출되지 않았다"며 "출연 아티스트의 표현 의도가 화면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이와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산이 역시 논란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그 무대는 사전에 제작진과 얘기하고 수정하고 합의한 끝에 나온 무대였다"며 "사회를 풍자하는 곡이고 대부분이 반어법으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뮤직비디오나 노래를 단 한 번이라도 끝까지 봤으면 그런 오해는 없었을 텐데"라며 자신이 불법촬영 옹호자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31일 '킬빌' 방영분에서 산이 자작곡 '워너비 래퍼'(Wannabe Rapper) 무대에 'I♥몰카'라는 배경이 사용되면서 시작됐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졌고, 제작진은 14일 "사전 시사를 했음에도 해당 장면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부적절한 표현이 걸러지지 않고 방송된 점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이가 15일 인스타그램에 리허설 영상 원본을 공개, 'I♥몰카'에 X표를 했다고 주장하며 갈등은 재점화됐다. MBC는 동일한 사안을 두고 다른 내용의 해명을 두 번 한 셈이 됐다.
전문가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를 사용한 산이나, 편집 실수를 걸러내지 못한 MBC 모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산이는 '페미니스트' 등 노래와 연말 콘서트에서 한 거친 언행으로 질타를 받았다. 당시 소속사였던 브랜뉴뮤직과 계약도 해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무대 편집이 잘못된 것"이라고 전제한 후 "사회적으로 예민한 이슈를 퍼포먼스로 다루려면 준비가 제대로 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이가 이전부터 논란이 쌓여왔기 때문에 대중들이 '의도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