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개최한 간담회는 오찬을 포함해 두 시간 넘게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현직 대통령이 자영업자·소상공인만을 청와대로 초청해 주요 현안을 놓고 대화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민생 현장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자 마련한 자리였던 만큼 청와대를 찾은 150여 명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민원들을 쏟아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자영업자들에게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법제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병기 홍천중앙시장상인회 부회장은 "상인들은 다 알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많이 모르고 있다"며 제로페이 홍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의 언급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제로페이 홍보가 부족한 이유는 가맹점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 가맹점 수가 일정 수준이 되면 3월부터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답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맹점에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주자는 제안에 "단체에 소속된 가맹점과 그렇지 않은 가맹점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영세 가맹점의 협상은 정부가 돕고 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하던 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토론에 개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카드수수료를 협상하는 단체에 속한 경우와 안 그런 경우 차별이 있어 어렵다고 하는데, 노동조합 단체협약에는 비노조원에게도 단체협약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제도가 있으니 그런 방법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서는 '자영업자 생활보장 제도 강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지역가입자 기준 의료보험 부과 문제 해결' 등의 제안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요즘은 국민 편의를 위해 검찰청 벌금 납부도 카드로 한다"며 "만약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경우 카드수수료 2%를 부담하는 것 역시 국민의 부담을 키우는 것"이라며 "뭔가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부분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니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자 참석자들은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고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대통령이 모두가 잘사는 새로운 길을 가시는 것을 잘 알지만, 소상공인은 척박한 환경과 구조적 문제 때문에 함께 뛰어갈 힘이 없었고, 힘들고 섭섭한 마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들은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룰 안에서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만들기를 바란다"며 "오늘 역사적 자리 만들고 경청해주신 대통령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마무리 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가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장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장관들은 이런 자리가 아니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노력을 더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