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기조 속에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부자들의 부동산 투자도 작년만큼 활기를 띠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동산가격 급등세를 타고 투자목적 주택을 사들였지만, 올해엔 부동산가격의 방향성이 아래쪽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호재가 있는 토지나 경매가 대체 투자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19 부자보고서(Korean Wealth Report)'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한 돈은 전체 자산의 53%로 전년보다 2.5%포인트 높아졌다.
작년에 부동산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으로, 부자들의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지난 2013년 이후 줄곧 상승세며 2016년에는 절반을 넘어섰다.
유형별로는 상업용 부동산이 42%로 가장 많았지만, 비중은 전년보다 5%포인트 낮아졌고 투자목적 주택 비중은 15%로 4%포인트 높아졌다.
부자들은 투자목적으로 평균 1.85채의 주택을 갖고 있었다. 종류별로는 중소형 아파트가 가장 많았다. 투자목적이다 보니 가격 상승폭이 큰 서울 강남 4구를 비롯한 동남권에 집을 보유한 부자들이 62.2%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집값 상승에 기댄 이러한 투자 패턴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가 안 좋고 부동산을 팔든 보유하든 세금 부담이 높아 부동산을 매입할 만한 때가 아니다"면서 "부자들이 현금 보유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가격 조정폭이 더 커지면 매입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가격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체 부동산 경기에 선행하는 주택경기가 안 좋아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며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초역세권, 유동인구가 많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봤다.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매도자, 매수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인 만큼 토지 등으로 투자자금이 옮겨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함영진 랩장은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곳이나 3기 신도시, 경협 관련 지역 등 개발이 예정된 토지시장이나 경매시장을 점검해볼 수 있다"면서 "토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세 부담이 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