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일정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회담이 남북 경제협력(경협)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추가 조치를 발표하고 미국이 종전선언을 상응하는 조치로 제시하는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경협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하고 있다.
◇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탄력받나
우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남북은 지난해 정상회담 직후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합의하고 이를 위한 기초 조사를 벌이는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측 도로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치지 못했고, 철도 연결사업도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등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상당한 진전을 보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 제재가 완화된다면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역시 제재 장막을 걷고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도로·철도 연결은 한반도 평화·협력의 상징일뿐 아니라 남북 모두에게 경제적 실익을 안겨줄 수 있어 남북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작년 말 대북 제재로 사업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도 남북은 도로·철도 연결 착공식을 열며 사업 추진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북한은 노후화로 제 기능을 못 하는 철도와 도로를 남한의 자본과 기술로 현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한은 분단으로 단절된 교통·물류망을 복원해 반도 국가의 위상을 회복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남북 철로가 연결되면 완성되는 한반도종단철도(TKR)는 TSR이나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 등을 통해 유럽까지 사람과 물류를 나를 수 있다.
남북은 이미 작년 11∼12월 철도 기초 공동조사를 마쳤다.
남북 공동조사단이 함께 열차를 타고 북한 지역의 경의선과 동해선 구간을 돌며 제반 현황을 확인하고 철도망의 전체적인 상태를 점검했다.
현재 북한의 철도는 노반과 레일 등 기반시설이 노후화돼 있고 유지·보수 등 관리가 잘 돼 있지 않아 시속 30㎞ 안팎의 저속 운행만 가능한 것으로 공동조사 결과 확인됐다.
정부는 현재 공동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후속 정밀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대북 제재로 언제 조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수준의 대북 제재 완화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 현대, '금강산·개성 경협 재개' 기대감 고조
남북 경협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현대그룹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회담 일정만 발표된 데다 관련 실무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자인 현대아산이 속한 현대그룹으로서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우선 정상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데 이어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경우 사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준비 태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금강산관광의 경우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혹은 예외 인정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됐고, 북측도 재개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경우 조속하게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 측은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도 100만평 규모의 1단계 사업만 진행된 상황이어서 당초 계획대로 2천만평으로 확대되면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힌 바 있다.
나아가 과거 북측으로부터 포괄적으로 인정받은 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백두산·묘향산·칠보산 등 명승지 관광사업)에 대한 논의도 추후에 이어져 성과를 도출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 타미플루 20만명분 지원 등 보건의료 협력 가속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평양공동선언 이후 한 걸음씩 나아가던 남북 보건의료 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보건의료 협력은 지난해 9월 19일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물꼬를 텄다.
평양공동선언의 훈풍을 타고 지난해 11월 7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보건협력 분과회담이 열렸다.
남북이 보건관련 회담을 연 것은 '10·4선언' 직후인 2007년 12월 남북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분과위원회 이후 11년만이다.
이날 양측은 보건의료협력이 남북 간의 교류 확대에 대비해 남북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결핵과 말라리아를 비롯한 전염병의 진단과 예방치료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정례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또 전염병 유입과 확산 방지를 위해 쌍방 사이의 정보교환과 대응체계 구축문제들을 협의하고 기술협력 등 필요한 대책들을 세워나가기로 했다.
후속 조치로 전염병 정보 시범교환을 위한 보건의료 실무회의도 열렸다. 남북은 지난해 12월 보건의료 실무회의를 개최하고, 남북 간에 인플루엔자(독감) 관련 정보를 시범적으로 교환했다.
의약품을 북한 주민에게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도 추진됐다. 정부는 지난달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서면으로 열어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20만명분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당초 지난달 11일로 잡혀있던 타미플루 수송 계획이 늦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타미플루 전달에 사용되는 운송수단의 제재 저촉 여부를 둘러싸고 한미 간의 협의가 길어진 것이 이란 해석이 나온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이처럼 남북 협력에 걸림돌이던 유엔이나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전문가들은 남북 보건의료 협력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하는 실무적인 문제가 따르는 만큼 2차 북미정상회담이 보다 우호적인 환경에서 남북 협력관계를 도약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뉴스부